'천년의 울림' 마주한 음악적 상상력…"종소리는 잠시 잊어요"

김예나

2026-10-31 11:30:00

'소리: 성덕대왕신종' 연출한 조용경 예술감독…"사람 이야기 주목"
생황·양금·목소리로 재해석…'조선팝' 서도밴드 "소리의 물결 넘실"
조용경 예술감독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용경 예술감독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리허설 모습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양금 연주자 윤은화(왼쪽), 생황 연주자 한지수(오른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도밴드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공간 '공간_사이'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보 '성덕대왕신종'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에밀레종'이라는 별칭으로 익숙한 국보 '성덕대왕신종'은 천 년이 넘는 시간 위에 장엄한 울림을 이어왔다.

웅장한 타격 이후 끊어질 듯 말 듯 이어지는 소리는 신비로운 감동을 준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내놓은 정규 앨범에 당당히 실린 종소리는 세계에 'No.29'의 긴 여운을 아로새겼다.

'형상은 산이 솟은 듯하고 소리는 용의 소리'(성덕대왕신종 몸체에 새긴 명문)와 같았던 성덕대왕신종을 오늘의 소리로 풀어내면 어떨까.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틀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선보이는 공연 '소리: 성덕대왕신종'은 그 울림을 과감하게 지운다.

종소리가 없는 성덕대왕신종 공연인 셈이다.

공연 연출을 맡은 조용경 예술감독은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성덕대왕신종을 오래된 유물 혹은 아름다운 종소리로만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극장 용에서 공연을 시작하기 전 울리는 소리가 바로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라면서 "이번 공연에서는 그 소리를 잠시 잊고자 했다"고 말했다.

종소리가 빠진 자리를 채운 건 젊은 음악가의 상상력이었다.

생황 연주자 한지수, 양금 연주자 윤은화, 서도밴드 등이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성덕대왕신종을 새롭고 독창적인 음악과 소리로 풀어낸다.

조 감독은 "종의 형태에 담긴 비례와 조화를 뜻하는 '√2', 종이 지닌 소리의 특성을 상징하는 '64Hz', 종이 탄생한 시간 '771년'이 이번 공연의 단서"라고 귀띔했다.

한지수는 생황의 음으로 흙과 불, 쇠의 시간을 펼쳐낸다. 장인의 손길을 거쳐 깊은 울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황의 들숨과 날숨, 범종 등의 소리로 채울 예정이다.

새로운 주법과 악기 개량으로 독창적인 음색을 선보여 온 윤은화는 성덕대왕신종의 공명과 진동을 강렬하면서도 역동적인 양금 연주로 표현한다.

조 감독은 "종소리보다는 그 안에 담긴 조형적 미학과 소리의 원리, 그리고 종을 만들고 울리고 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고자 했다"고 힘줘 말했다.

"종을 보러 왔다가 자신을 만나고 돌아가는 시간. 그 뜻밖의 만남이 이번 공연에서 가장 특별한 장면이었으면 합니다. 잠시 성덕대왕신종을 잊어보면 어떨까요?"

공연에 참여하는 서도밴드 역시 "설레는 마음"이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서도밴드는 국악을 공부한 리더 서도(본명 서재현)를 중심으로 건반 김성현, 기타 연태희, 베이스 김태주, 드럼 정현빈으로 구성된 5인조 밴드다.

이들은 2021년 방송한 JTBC 국악 크로스오버 경연 프로그램 '풍류대장'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악과 팝이 조화를 이룬 '조선팝 창시자'로 이름을 알렸다.

서도는 공연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평화"를 떠올렸다며 "관객 여러분이 안고 있는 마음이 공연을 다양한 형태로 감상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의 염원이 닿는 소리 '비나리'를 시작으로 서도밴드의 곡까지 성덕대왕신종 소리의 물결이 넘실거리는 순간이 될 거예요. 함께 즐겨주세요." (서도)

조 감독은 신종의 울림을 '오늘의 소리'로 펼쳐낸 작업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작곡가로서 음악적 상상력, 예술감독으로서 통합적인 시선을 긴밀하게 결합한 작업"이었다며 "창작의 영역을 넓히는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또 다른 시대, 또 다른 음악가들이 성덕대왕신종에서 저마다의 소리를 발견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그 울림을 이어가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조 감독은 "하나의 유물이 얼마나 다채로운 예술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확인한 만큼 앞으로 어떤 유물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음 주인공이요? 현재 캐스팅 중입니다." (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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