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배우 고히나타 후미요 "'아메리칸 드림' 자유 건 싸움 그려"
권지현
2026-11-01 14:55:18
나카가와 다이시 "정치적 문제 다루지만 일상 속 선택에 질문 던져"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인간이 근원적으로 갖고 있는 '자유롭고 싶다'는 마음을 둘러싼 싸움을 그린 이야기예요."
일본 원로 배우 고히나타 후미요는 그가 출연하는 연극 '아메리칸 드림'이 자유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일본 희극의 거장 미타니 고키가 쓰고 연출한 이 작품은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서울 코엑스아티움에서 공연 중이다.
이번 한국 초연에는 일본 초연 무대에 올랐던 오리지널 출연진이 그대로 참여했다. 이들 중 '각본가' 역의 고히나타 후미요와 '위원2'역의 나카가와 다이시를 1일 서면으로 만났다.
'아메리칸 드림'은 냉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후반 미국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공산주의자를 광적으로 색출하는 이른바 '적색 사냥'을 다뤘다. 사상 검증과 동료 밀고 요구를 받는 영화인들은 자신의 신념을 지킬 것인지, 살아남기 위해 동료들을 배신할 것인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1970년대부터 연극 경력을 쌓기 시작해 미타니 고키의 '국민의 영화' 등 다수 연극 작품과 방송 드라마, 영화에 출연해온 고히나타는 50여년 연기 경력에도 "'각본가'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연습 때 오랜만에 큰 과제를 받은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그가 맡은 각본가는 영화계에 대한 애정으로 동료 밀고를 거부하는 인물이다. 고히나타는 "(예술을 억압하는) 거대한 힘 앞에서 과연 저항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다.
"제가 연기하는 각본가는 영화인에 대한 애정과 영화에 대한 집념이 강한 인물이에요. 공산주의자를 감싼다기보다, 확고한 신념을 갖고 상당한 각오를 지닌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습니다."
고히나타는 "연기에 각오가 없다면 소화할 수 없는 역할이라고 생각해 그 점을 늘 의식했다"고 말했다.
극 중 각본가는 공산주의자 동료를 밝히라며 몰아세우는 '비미활동위원회' 조사위원들에게 생존을 위협받는 영화인들이 약자라는 점을 설명하며 "약자를 팔고 어떻게 약자를 위한 작품을 쓰겠냐"고 반문한다.
"'각본가'는 지적이고, 담담하게 상대를 타이르는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영화인들을 조사하는 위원에게는 열린 태도를 유지하고, 여유를 가진 선생님 같은 인물을 연기하려 했어요."
영화인들을 취조하는 두 명의 조사위원 또한 흥미로운 인물이다. '위원2'를 맡아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는 배우 나카가와 다이시는 "이 인물의 성격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모순'"이라고 했다.
그가 연기하는 '위원2'는 공산주의자 색출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면서도, 영화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조사받는 영화인들을 존경하는 청년이다. 작품의 감초 같은 역할로서 긴장된 조사 중간중간에 영화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거나 연기 테스트를 해 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다.
나카가와는 "평소에는 인물을 만들어갈 때 말과 행동을 일관되게 하려 하지만, 이번에는 '사람은 그렇게 딱 들어맞는 존재는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관객이 인물의 모순 때문에 작품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을 피하는 게 중요했어요. 조사위원과 영화 애호가로서의 모습이 모두 진심이라는 점을 표현하려 했죠."
그는 "모순을 설득력 있게 만드는 이 인물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진정성과 순수함"이라고 짚었다.
나카가와는 "작품은 거대한 정치적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소한 일상 속에서의 선택까지 아우르는 주제를 갖고 있다"며 "'작중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주변에 동조해야 한다는 압박을 겪거나 집단에 맞서야 하는 순간, 공동체 안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순간을 누구나 경험한 적이 있을 거예요. '아메리칸 드림'은 그럴 때 '이것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를 물어보죠."
배역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바탕으로 능청스러운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 내며 호평받았지만, 28세 나이로 대배우들과 함께 치열한 설전이 오가는 밀실 취조 연극을 연습하는 것은 매우 불안하고 긴장된 일이었다고 나카가와는 돌아봤다.
그는 "일찍 배우 생활을 시작했지만 연극 무대에 서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라며 "주눅들었지만 다정한 선배들 덕에 위축되지 않고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극 무대 연기과 영상 연기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연극의 경우 하루하루 무대를 반복하며 같은 장면을 다시 연기해야 한다"며 "지구력을 가지고 임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배우 채종협이 출연한 일본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가 화제가 되며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얻었다. 나카가와는 "당시 드라마와 이번 한국 공연을 준비하며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작업하는 방식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며 "언젠가 한국 현장에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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