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센터서 '신동방정신'…11월 22일까지 조각·드로잉 42점 전시
![리첸 작 '나비 왕국' [가나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107/yna1065624916280897_175.jpg)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열두 개의 팔을 벌린 조각상의 얼굴에는 이목구비가 없다. 얼굴은 윤곽만 남긴 채 흐릿하고, 손들은 불교의 수인을 맺는 대신 웃음과 욕설, 저주와 축복을 표현하는 듯 저마다 다른 손가락 모양을 하고 있다.
불교 미술의 도상을 빌렸지만 엄숙함보다는 유머와 생동감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국내 첫 개인전 '신동방정신 - 진실하고 초월적인'을 열고 있는 대만 조각가 리첸(63)의 1999년 작 '나비 왕국'(Butterfly Kingdom)이다.
'나비 왕국'은 400종이 넘는 나비가 서식하고 한때 세계 최대 규모로 나비를 수출했던 대만의 별칭이기도 하다.
![리첸 개인전 '신동방정신 - 진실하고 초월적인' 전시 전경 [가나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107/yna1065624916280897_833_thum.jpg)
리첸은 이번 전시에서 1999년 초기작부터 2025년 최근작까지 조각 21점과 드로잉 21점 등 총 42점을 선보인다.
리첸은 유가와 도가, 불가 등 중국 전통 철학을 탐구하며 독자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해 왔다. 청동처럼 무거운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마치 공기나 에너지로 채워진 듯 부드럽고 둥근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 도상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서구 조각의 형식을 답습하는 대신 동양의 사유를 현대적인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선물'(The Gift)은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청동 조각이다.
좌선하는 불상의 고요한 앉음새를 따르고 있지만 매끈하고 둥근 얼굴과 몸은 전통 불상과 거리가 멀다.
![리첸 작 '선물' [가나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107/yna1065624916280897_774.jpg)
몸 아래에는 구멍이 뚫리고 거칠게 패인 태호석이 받치고 있다. 매끈한 몸과 거친 좌대의 대비는 선과 악, 의지와 본능, 욕망과 절제 등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모순을 상징한다.
리첸은 작가 노트에서 "생각이 고요하면 신(神)이 맑아지고, 마음이 평안하면 기운이 굳세어진다"며 내면의 평화와 조화를 통해 존재의 이치에 다가가는 작품의 정신을 설명했다.
'광섬유(I)'(Optical Fiber (I))는 현대사회를 향한 작가의 비판적 시선을 보여준다.
![리첸 작 '광섬유(I)' [가나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107/yna1065624916280897_264_thum.jpg)
둥글게 부푼 인물의 몸은 마 밧줄에 겹겹이 감겨 있고 머리와 발만 밖으로 드러나 있다.
몸은 구속돼 있지만 얼굴에는 불안이나 고통 대신 중독된 듯 만족스러운 표정이 떠오른다. 기술에 의존하면서 스스로를 네트워크에 가두는 현대인의 모습을 빗댄 작품이다.
리첸은 "어쩌면 우리는 현실을 피해 광섬유 네트워크 속에 스스로를 몰아넣고, 외로운 허영의 한순간을 위해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는 '공동체 폐소공포증 환자'일지도 모른다"고 짚었다.
![리첸 개인전 '신동방정신 - 진실하고 초월적인' 전시 전경 [가나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107/yna1065624916280897_722_thum.jpg)
작가는 자신의 조각을 '기운생동'(氣韻生動), 즉 대상에 생명의 기운이 감돌아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상태로 설명한다. 선적인 요소를 줄이고 굴곡진 면이 반복되면서 만들어내는 흐름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고전의 사유를 동시대의 새로운 형식으로 옮기는 자신의 작업을 '신동방정신'이라 부르며 이번 전시 제목으로 붙였다.
리첸은 2007년 제52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식 병행전시(Collateral Event)로 개인전을 개최하며 국제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중국미술관(베이징), 국립중정기념당(타이베이), 프라이 미술관(시애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프랑스 세르누치 미술관과 국립대만미술관, 가오슝시립미술관, 타이중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2025년에는 프랑스 미술 전문 출판사 세르클 다르가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 '모노그래프'를 출간하기도 했다.
![작가 리첸 [가나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korean-vibe.com/news/data/20261107/yna1065624916280897_316.jpg)
전시는 11월 22일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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