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고스트' 감독 "청년들에게 '우리 해보자'는 위안 주고파"

강애란 / 2021-09-08 07: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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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퇴치하는 공포 코미디…"청년들 자존감 상실이 가장 안타까워"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절망에 빠진 청년들이 우정과 연대를 통해 작은 성취를 이뤄내는 이야기예요. '나는 안돼'라는 좌절 속에서 '우리 해볼까'라는 위안을 전하고 싶었어요."

 

▲김은경 감독  [인디스토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포 코미디 '쇼미더고스트' 개봉을 앞두고 최근 만난 김은경(43) 감독은 유쾌한 청춘들의 성장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는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영화는 자췻집에 나타난 귀신을 퇴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십년지기 친구 예지(한승연)와 호두(김현목)의 소동극을 다룬다.

    단편 '망막', '오르골', 장편 '어느날 갑자기 세번째 이야기-D-day' 등 공포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 온 김 감독이 다른 감독들과 함께 작업한 '황금시대' 이후 12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신작이다.

    김 감독은 공포에 코미디를 접목했지만, 관객들을 웃기는데 포인트를 두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웃음은 흔히 공포 코미디 영화에 등장하는 B급 유머와는 거리가 있다. 청춘들의 엉뚱 발랄한 에너지가 분위기를 이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우울하고 쓸쓸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많이 좋아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쾌한 작품을 만들어보려고 했다"며 "씁쓸한 여운보다는 유쾌한 마무리로 위안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예지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호두는 불투명한 미래와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들을 대변한다. 두 사람 외에도 아이돌 꿈을 접고 퇴마사가 된 기두, 오랜 시간 고시 공부를 한 병재, 억울한 일을 겪고 괴로워한 소희 등 또래들이 등장한다.

 

▲영화 '쇼미더고스트' [인디스토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창작자 입장에서 청년은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가능성의 경계에 있는 인물들이잖아요. 잘 못 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잘 되면 무한한 미래가 있죠. 잠시 영화를 쉬는 동안 예술치료 공부를 했는데, 이런 친구들을 기회가 많았어요. 그러면서 청년들이 겪는 문제에도 관심을 두게 된 것 같아요."

    영화에는 유독 현실적인 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영어점수, 인턴 활동 등 소위 고스펙을 가진 예지가 면접에서 떨어진 뒤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고 분통을 터트리는 외침이나, 되는 일 없이 문제만 겹겹이 쌓여가는 상황에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라며 자조는 짠한 마음이 들게 한다.

    김 감독은 "취업난을 비롯해 청년들이 겪는 문제는 많지만, 제일 안타까운 건 이들의 자존감이 무너진다는 것"이라며 "작은 것이라도 성취를 이루는 삼총사(예지·호두·기두)도 있지만, 병재나 소희는 자존감을 잃어가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인물들 관계에 우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정과 연대를 강요하는 것도 폭력이 될 수 있지만, 자존감이 너무 무너지면 고립될 수 있거든요. 힘들어도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삼총사는 누구 하나 뛰어난 사람이 없는데도 서로 힘이 되어주면서 '나는 안돼'라는 좌절감에서 빠져나와 '우리 해보자'라고 힘을 내잖아요."

 

▲영화 '쇼미더고스트' [인디스토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소통의 힘은 영화의 후반부 귀신의 숨겨진 아픔을 드러낼 때 빛을 발한다. 김 감독은 심각한 사회 범죄의 피해자이기도 한 귀신은 사실 끊임 없이 말을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예지와 호두가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돌파구를 찾게 된다고 덧붙였다. 예지가 귀신에게 빙의되는 장면 역시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는 일종의 소통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영화의 결말만큼은 유쾌하게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고 했다. 현실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영화에서나마 피해자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보는 이들에게 후련함을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어리숙해 보일 수 있는 인물들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작은 성취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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