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등 보존 노력에 존치…인문학 강좌 등 진행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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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시 일도동 산지천 인근에 있는 고씨주택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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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방으로 탈바꿈한 제주시 일도동 고씨주택 안거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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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식 건물 사이 위치한 제주시 일도동 고씨주택. 사진은 책방으로 변신한 밖거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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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씨주택 안거리에서 담소 나누는 학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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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씨주택 밖거리에 조성된 제주책방 내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
[빈집의 재탄생] 철거 위기 제주 근대건축물 '사랑방·책방'으로 탈바꿈
제주시 원도심 '고씨주택' 도시 정비사업 과정서 철거 위기
지역주민 등 보존 노력에 존치…인문학 강좌 등 진행 '호응'
[※ 편집자 주 =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인구이동으로 전국에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해마다 생겨나는 빈집은 미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우범 지대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농어촌 지역은 빈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재활용되지 못하는 빈집은 철거될 운명을 맞게 되지만, 일부에서는 도시와 마을 재생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매주 한 차례 빈집을 주민 소득원이나 마을 사랑방, 문화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조명하고 빈집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시 원도심 산지천 주변 현대식 건물 틈에 안거리(안채)와 밖거리(바깥채) 형태를 가진 옛 제주 가옥 한 채가 눈에 띈다.
현대식 건물 사이 올레길을 따라 몇발짝만 걸으면 마주할 수 있는 나무 대문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 가옥은 1949년 제주도민 건축가 고용준이 지은 근대건축물로 '고씨주택'이라 이름 붙었다.
고씨주택은 마당을 가운데 두고 안쪽에 안거리, 올레길에 접한 밖거리가 마주하는 제주 전통가옥 모습을 하고 있다.
예전 제주에서는 부모와 출가한 자녀가 한 울타리 안에 있는 안거리와 밖거리에 각각 따로 살았다.
안거리와 밖거리에는 모두 부엌과 창고 등이 갖춰져 있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했다. 이는 출가한 자녀와 부모가 한 공간에 살면서도 각자의 생활 방식을 영유하고, 독립된 경제생활을 인정하는 제주 특유의 문화에서 비롯된 주택 구조다.
반면 고씨주택 기와지붕 재료와 창호의 형태, 가공한 목재를 사용한 기둥 등에서는 일본식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다.
고씨주택은 기술적으로는 일식 건축을 참고했지만, 기능적으로는 제주 민가의 전통적 내용을 계승해 지은 과도기적 건축물인 셈이다.
이러한 고씨주택은 2014년 원도심 일부를 재정비하는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철거 위기를 겪었다.
당시 고씨주택을 매입한 제주도는 노후화한 이 주택을 허물 예정이었다.
하지만 철거 직전 지역주민이 주택 보존을 요구했고,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에서도 "근대화 과정 주거 초기 형식으로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만큼 보존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제주도문화재위원회도 일본식 건축기법이 혼용된 '과도기적 건축물'로서 고씨주택이 보존 가치가 있다는 의견을 내 고씨주택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남게 됐다.
최대한 원형 보존에 초점이 맞춰져 2017년 1월 복원된 고씨주택은 이듬해 4월부터 안거리는 제주사랑방으로, 밖거리는 제주책방으로 탈바꿈했다.
제주사랑방은 동호회 모임이나 취미 모임 등 다양한 모임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4개의 작은 방마다 책상과 좌식 의자가 마련돼 있다.
제주책방은 일반 도서와 제주도에서 발간되는 행정 간행물 중 제주의 문화와 역사·자연을 주제로 수집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인문학 강좌나 원화 전시, 도서 큐레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돼 도민과 관광객에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2023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한옥 등 건축자산 진흥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의한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지난 13일 찾은 고씨주택에서 만난 제주지역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학교에서 진행된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고씨주택을 알게 됐다"며 "무료라 자주 찾아 제주책방에서 진행 중인 전시를 보고, 사랑방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옛 제주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고씨 주택을 찾는 관광객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책방과 사랑방의 이용객은 매월 400명 내외로, 이 중 절반은 관광객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는 "철거 직전 주민의 힘으로 살아난 만큼 도민을 위한 공간으로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무료로 개방 중"이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타고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객도 많이 찾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과 시설 개선 등으로 방문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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