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 '내면의 우주여행'에 위로가 되는 음악이길"

김효정 / 2021-08-12 10: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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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뜨거운 감자' 고범준, 첫 솔로 정규작…환경문제 다룬 곡 '플루토' 등
▲ 솔로 정규앨범 발매하는 밴드 '뜨거운 감자'의 고범준 [고범준 측 제공]

▲ 솔로 정규앨범 발매하는 밴드 '뜨거운 감자'의 고범준 [고범준 측 제공]

▲ 고범준 솔로 정규앨범 '화이트 포슬린' [고범준 측 제공]

"팬데믹 속 '내면의 우주여행'에 위로가 되는 음악이길"

밴드 '뜨거운 감자' 고범준, 첫 솔로 정규작…환경문제 다룬 곡 '플루토' 등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우주탐사선을 위한 시'. 노래 제목만 보면 지구 바깥 광대한 우주로 향할 것 같지만 방향이 약간 다르다.

"팬데믹 시기를 보내면서 혼자 명상하는 시간도 보내게 되고 책도 많이 읽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다 자기의 우주탐사선을 타고 여행을 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뮤지션 고범준이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들려준 얘기다. 그는 '고백' 등의 히트곡을 낸 밴드 '뜨거운 감자'의 프로듀서이자 베이시스트이면서, 두 장의 EP(미니앨범)를 통해 일렉트로닉 음악을 선보여온 솔로 아티스트다.

고범준은 12일 정오 첫 번째 정규음반 '화이트 포슬린'(White Porcelain)을 공개한다. '우주탐사선을 위한 시'도 이 음반의 수록곡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각자 마음속의 우주를 탐험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

앨범에 담긴 7곡의 연주곡은 일렉트로닉과 클래식의 경계에서 깊은 내면세계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2018년 발매한 첫 솔로 EP '트라이앵글'(Triangle)에는 시원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2019년 두 번째 EP '언 아무르 파세'(Un amour passe)에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번 앨범은 단아하게 빚은 소리가 마음에 고요한 잔상을 남긴다.

"청자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백한" 백자(White Porcelain)가 제목으로 꼭 맞다. 친구의 태몽에 등장한 커다란 백자 이야기가 신비롭고 재미있어 허락을 받고 앨범 제목으로 쓰게 됐다고 한다.

명왕성이라는 뜻의 첫 트랙 '플루토'(PLUTO)는 환경오염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곡이다. 뮤직비디오에도 녹아내린 빙하와 쓰레기더미 등의 영상이 등장하는데, 단순한 피아노의 멜로디와 비감 어린 스트링 선율이 듣는 이를 조용히 뒤흔든다.

"명왕성이 사실 태양계에서 퇴출은 됐지만, 그 자리에 있거든요. 빙하나 동물들도 우리가 신경을 못 쓰고 있지만, 사실은 그 자리에 계속 있어야 하는 것들이죠. 우리 때문에 파괴된다면 참 슬픈 일이고요."

고범준은 "사실은 아이슬란드에 한번 가보려고 했는데 상황이 안돼서 영상을 많이 찾아보게 됐다"며 "빙하와 그곳에 사는 동물들에게 든 미안하고 아련한 느낌"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이외에 가평 화악터널에 별을 보러 갔던 기억을 담은 '화악', 우연히 표지판에 이끌려 방문한 통도사에서 '세월의 울림'을 느끼고 돌아와 원테이크로 만든 'Tongdosa(통도사)' 등 각각의 곡들이 저마다 선명한 심상을 품고 있다.

음반 아트워크와 뮤직비디오에는 솔로 음반의 시작부터 협업해 온 김참새 미술작가가 참여했다.

김C와 함께하는 밴드 '뜨거운 감자'로 2000년 첫 앨범 '나비'를 낸 이래 오랫동안 밴드 활동을 해온 고범준이 솔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솔로 작업에 대해 "음악을 처음 만들었을 때의 온도와 느낌을 끝까지 제가 유지할 수 있는 점이 좋다"며 "긴 호흡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밴드를 하면서도 일렉트로닉 음악에 계속 관심이 많았어요. 좋아하는 밴드로 항상 케미컬 브라더스나 언더월드를 이야기했고요. 뜨거운 감자 음악에도 접목을 많이 했어요."

이전 두 장의 EP는 그가 작사, 작곡, 연주, 믹싱, 마스터링까지 모두 혼자 맡았다. 그러나 첼로의 지박, 바이올린의 박용은 등 스트링 연주자들과 협연한 이번 앨범은 오히려 이에 대한 강박을 떨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앨범으로 제 안의 무언가를 하나 깨뜨린 느낌", "앞으로에 대한 방향성이 생긴,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앨범"이라며 "우주탐사선처럼 저도 미지의 세계로 날아가는, 그런 것의 한 발을 내딛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예전에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제 음악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어떤 악기도 다 될 것 같아요. 더 다양하게 탐구해보고 싶은 악기가 있으면 협업해볼 생각도 있고요.

"다음 앨범은 아마도 이번 앨범에 비춰서 좀 더 솔직한 음악을 할 것 같다"는 그는 "악기가 꼭 아니더라도 자연의 소리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고범준은 무용 공연 음악감독 등으로도 영역을 넓혔고 자우림의 이선규와 일렉트로닉 듀오 '옷옷'으로도 활동해 왔다. 그는 "(무용 음악은) 눈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상상력을 배가해주는 작업"이라며 "앞으로도 대중음악과 개인적 작업, 무용이나 영상매체 작업 등을 꾸준히 하고 싶다"라고도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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