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들인 시설들 한순간 애물단지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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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92 거북선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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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남원 모노레일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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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치된 강원 원주 옛 반곡역 [촬영 이재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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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콘 그라운드·아트 갤러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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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북 괴산 초대형 가마솥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일단 짓고 보자" 지자체 곳곳 전시행정에 '혈세 낭비' 반복
구체적인 사업성·활용 방안 검토 없이 진행
수십억 들인 시설들 한순간 애물단지 전락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 각 지자체가 관광 활성화와 시민 편익 등을 내세워 설치한 시설물들이 낮은 활용성과 부실시공 등으로 제 역할을 못 하며 혈세 낭비 논란이 인다.
구체적인 사업성과 활용 방안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의 안이한 행정이 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시작부터 '삐걱' 댄 시설들 역시나 찬밥신세
경남 거제시는 이달 초 '1592 거북선'을 소각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이 거북선은 2010년 경남도가 이순신 프로젝트 일환으로 1592년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을 재현하고자 총사업비 20억원이 투입돼 제작됐다.
하지만 제작에 수입 목재를 섞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이른바 짝퉁 거북선' 논란이 일었다.
당시 거북선과 판옥선 건조를 맡은 한 업체는 국산 소나무를 사용하기로 한 시방서와 달리 80% 넘게 수입 목재를 써 약 10억원의 차익을 남겼고 이 일로 업체 대표가 구속됐다.
또 방부 처리를 소홀히 해 목재가 심하게 부식되거나 뒤틀렸고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는 선미(꼬리) 부분이 파손돼 폐기 처분 의견이 나왔다.
결국 이 거북선을 인도받은 거제시는 지난달 매각에 나섰고 7번의 유찰 끝에 154만원에 낙찰자를 구했다.
하지만 이후 낙찰자가 인도를 포기하면서 결국 목재는 소각하고 고철은 고물상에 파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20억원을 들여 제작했지만, 아무런 활용도 하지 못한 채 소각 비용만 더 지출하게 된 셈이다.
전북 남원시가 민간업체와 협약하고 총 425억원을 들여 지난해 9월 개장한 모노레일과 집와이어도 각종 송사에 휩싸여 정상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시설은 지난해 7월 남원시가 '사업비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해 감사를 벌이고 운영 허가를 내주지 않아 행정심판과 민사소송으로 시끄럽다.
이 과정에서 이용객이 예상치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쳐 위탁 운영 업체에 운영비도 주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현재로서는 경영 정상화를 이룰 뚜렷한 방안도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강원 원주시가 옛 반곡역 중앙선 폐철로에 54억원을 투입해 주문 제작한 관광열차도 약 1년째 방치돼 있다.
이 열차가 달려야 할 중앙선 폐철로 매입이 이뤄지기도 전에 민선 7기 전임 원주 시정이 열차부터 사들인 탓이다.
중앙선 폐철로 소유권이 있는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매입 절차를 마무리해야 열차를 운영할 수 있는데 용도 폐지 절차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관광열차 정비고 건립비용 26억원까지 더하면 이 사업에만 80억원의 혈세가 사업 방향이 확정되기도 전에 매몰 비용으로 쓰인 셈이다.
◇수십억 들였지만 찬바람 '쌩쌩'
부산에서는 100억원 넘게 투입한 비콘그라운드가 낮은 활용성으로 외면받으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짓는 데만 90억원이 든 비콘그라운드는 길이 1㎞, 전체면적 1천979㎡, 지상 2층 규모로 전국 최대 컨테이너형 복합 생활문화시설이다.
하지만 개장 3년이 지났음에도 방문객은 거의 없다.
지난해에는 위탁운영사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상가 위탁 운영을 포기하는 바람에 부산시 도시재생센터가 입주업체를 관리하고 있다.
또 비콘그라운드 관리와 운영을 위해 구성된 비콘그라운드 발전협의회 회의는 3년간 단 1차례만 열리는 등 비콘그라운드가 총체적 부실 상태에 빠졌다.
제주도는 수년째 활용도가 낮아 골칫거리였던 경기 평택항 제주종합물류센터를 결국 매각했다.
배편을 통해 수도권으로 보내는 제주 농수축산물 물류비를 절감하고자 2013년 48억3천여만원을 들여 평택항에 이 물류센터를 지었다.
하지만 배편보다 항공편을 통한 이동이 더 많아지면서 활용률은 점차 떨어져 지난해부터는 텅 빈 채 방치돼 왔다.
결국 도는 건립비용보다 30억원 이상 낮은 14억원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충북도 괴산군 고추유통센터 광장에 조성한 '초대형 가마솥'도 장기간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김문배 전 군수 시절 군민 화합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2005년 5억원을 들여 제작했지만, 쓰임새가 극히 낮아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경기 고양시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산서구에 1억5천420만원을 들여 급조한 현장민원실은 복지 담당 직원의 하루 평균 업무 건수가 1.5건에 그치는 등 낮은 활용성으로 찬 바람만 불고 있다.
전남 여수시가 11억원을 들여 건립한 영화세트장은 2020년 영화 '한산', 2021년 '노량' 촬영 이후 다른 영화 추가 촬영이 없고 경제 효과가 적어 지난해 7월 철거됐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는 15억9천여만원을 들여 설치한 조형물이 관련 법상 허가를 받지 않은 위법 시설로 판정돼 2년 만에 가동이 중단됐다가 2018년 결국 철거됐다.
울산시 중구에서도 2015년 9억원을 들인 시계탑 기차 조형물이 고장과 수리를 반복하다 2020년부터는 아예 멈춰 섰다.
중구 관계자는 "의미는 있는 조형물이지만 예산을 계속 투입할 수는 없어서 고민이다"며 "적절한 운영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현 노승혁 장덕종 김근주 전창해 오수희 백도인 최은지 고성식 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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