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내 만세운동비, 황국신민서사탑 내용 갈아지운 뒤 제작"

김소연 / 2022-10-11 11: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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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실기 분석해 기념비 건립과정 규명
1947년 기념사업회, 기념비를 '전승탑'으로 여겨…"그 얼마나 통쾌한 일"
▲ 아우내 독립만세운동기념비 [조한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순국처녀류관순실기 표지 [조한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우내 만세운동비, 황국신민서사탑 내용 갈아지운 뒤 제작"

조한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실기 분석해 기념비 건립과정 규명

1947년 기념사업회, 기념비를 '전승탑'으로 여겨…"그 얼마나 통쾌한 일"

(홍성=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아우내 독립만세운동기념비'는 일제강점기 '황국신민서사탑'의 표면을 갈아 내용을 지운 뒤 독립만세운동의 의미 등이 담긴 내용을 새로 새겨 건립된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조한필 충남역사문화원장이 집필한 '1947년 병천, 감격스러운 기억의 소환' 논문에 따르면 1947년 아우내만세운동과 유관순 열사를 기리는 기념사업회가 출범해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구미산에 높이 1.68m의 기념비를 세웠다.

기념비는 4각 기둥 형태로, 총 6층의 기단 위에 올려져 있는 형태다.

이 기념비는 구미산에 있었던 일제강점기 '황국신민서사탑'을 '재활용'한 것이다.

기념사업회는 황국신민서사탑에서 "우리 민족이 일제 사람이 되겠다고 맹세한다"는 내용을 갈아 지운 뒤, 앞면에 '긔미(기미)독립운동때 아내(아우내)에서 일어난 장렬한 자최(자취)라'라고 큰 글씨로 새겼다.

옆·뒷면 3개 면에는 1919년 아우내장터에서 일어난 독립운동의 의미와 유관순 등 순국자 20명을 추모하는 내용을 썼다.

국학자 정인보가 글을 썼으며 한글 궁서체는 서예가 김충현의 것이고, 지역 석공 6명이 돌을 다듬었다.

기념사업회는 이에 대해 "왜적이 우리 민족을 황민화시키려고 애쓰던 소위 황국신민서사탑이라는 것을 연마해 쓰기로 했다"며 "(이런 탑이) 우리 선열의 충혼비가 되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통쾌한 일이며, 천상에 계신 열사의 영령도 그 얼마나 기꺼우시랴"라고 표현했다.

기념사업회가 이 기념비를 '전승탑'으로 인식하고, 일제의 비석을 재활용한 것을 일제를 몰아낸 통쾌한 쾌거로 인식했다는 게 조 원장의 설명이다.

조 원장은 기념비 제작과정을 천안시 사적관리소가 소장한 필사본 '순국처녀 류관순 실기' 내용을 분석해 확인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병천면 주민들이 기념사업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순국자 조사와 기념비 제작, 영화 촬영 등이 주민 손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념비 설립 비용도 주민들이 마련했고, 기념비 터를 닦고 길을 내는 일에는 천안 동부 6개 면이 나섰다.

조 원장은 논문에서 "주민들이 민족 통합을 이루려면 28년 전 3·1운동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공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유관순 기념사업이 친일 혐의가 있는 이화학당·우익인사들 주도로 진행됐다는 일각의 주장은 역사적 사실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내용을 오는 12일 백석대에서 열리는 유관순 탄생 120주년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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