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역사고증 중요성 일깨운 드라마 '조선구마사' 폐지 사태
(서울=연합뉴스) 퓨전 사극을 표방했던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폭풍우 같은 역사 왜곡 논란 끝에 결국 폐지됐다. 문제의 이 월화드라마는 방영 2회 만에 여론의 된서리를 맞고 퇴출당했다. 첫 방송과 종영이 불과 나흘 사이에 광속으로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드라마를 둘러싼 논란이 얼마나 뜨거웠고 심각했는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SBS는 방영권료를 대부분 지불했고 제작사도 80% 이상 촬영을 마친 상태였지만, 제작비 320억 원짜리 드라마는 조기 종영이라는 외길 선택지밖에 없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선구마사를 '역사 왜곡 동북공정 드라마'로 규정하는 글이 올라오자 여론이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발 '한복, 김치 종주국론'으로 각성한 국내 반중 정서에 기름을 끼얹는 인화성 강한 소재였기 때문이다. 즉각적인 방영 중단 주장은 물론 드라마의 스폰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광고 중단과 지자체의 현지 촬영거부 등이 맞물리면서 드라마를 끌고 갈 수 있는 동력 자체를 상실한 조선구마사는 방송 드라마 초유의 초급행 사망선고를 받고 말았다.
최근 웹소설과 웹툰, TV 드라마에서 역사와 판타지를 결합한 퓨전 장르가 대세로 떠오른 것은 주목할만한 하나의 문화현상이다.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이런 장르의 영상 콘텐츠가 국경을 뛰어넘어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인의 PC와 스마트폰에서 스트리밍되는 것도 결코 낯선 장면이 더는 아니다. 조선구마사가 이런 콘텐츠 제작 트렌드를 좇아 대작 판타지 사극을 추구했던 데는 이런 상업적 이유와 문화적 코드가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거대 시장인 중국 진출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상상력이 선을 넘을 때는 콘텐츠 소비자들의 관대함도 발휘될 공간이 없다는 뼈아프지만 값진 교훈을 이 드라마가 엄청난 매몰 비용을 지불하고 확인시켜 준 셈이 됐다. 오래된 과거의 시공간에서 있을법한 허구의 세계를 그리는 창작과, 정사(正史)에 픽션을 어설프게 버무려 판타지로 포장하는 작업은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 드라마는 충녕대군이 서양 구마 사제를 대접하는 장면에서 월병, 만두, 피단(삭힌 오리알) 등 중국식 소품을 전시하듯이 등장시켜 역사 왜곡 논란을 점화한 데 이어 역사적 실존 인물의 그릇된 설정과 묘사, 상황 전개에서 회복 불능의 결정타를 맞았다. 훗날 민족의 성군 세종대왕으로 즉위하는 충녕대군을 6대조 할아버지를 폄훼하는 패륜적인 인물로 그리고, 태종은 환시와 환상으로 백성을 도륙하는 장면을 통해 폭군이라는 왜곡된 이미지로 소비됐다. 대본을 집필한 작가의 친중 이력도 상황 악화에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번 조선구마사 사태를 보편적 역사와 사실(史實)의 관점이 아닌 한중간 역사 갈등 내지 역사전쟁의 프레임으로 확대해 바라보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정확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 문제는 비단 중국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형태로 최근 드러났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역사 스타강사인 설민석은 이집트 클레오파트라편을 강의하다가 역사적 오류를 언급했다가 결국 방송에서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이 아닌 승려 신미가 한글을 창제했다는 가설을 내세웠다가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끝에 자비 없는 평점 테러로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밴드 이날치 공연의 무대 배경에 일본풍 성(城)의 이미지가 등장한 것을 놓고 왜색풍 지적이 제기된 적도 있다. 이런 역사 오류는 콘텐츠 소비자들이 찾아내서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과 재발 방지로 이어지는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조선구마사 문제도 일단 비슷한 공식을 답습 중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해관계가 깊은 국가와의 역사문제가 경제영역으로 월경하면 자칫 외교 갈등으로 확전할 가능성이 있다. 마침 조선구마사 폐지와 관련해 국내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관련주들의 시총이 700억 원 이상 줄어들어 '중국 리스크'가 확산한다는 보도가 있는데,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조선구마사 문제는 워낙 파장이 크기는 하지만, 조기 종영과 관계자들의 사과로 일단락짓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고 나서 사후 대책으로는 유사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드라마 기획 단계에서부터 대본 집필, 연출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역사고증이 작동할 환경조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K-콘텐츠의 창작력과 확장성이 위축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와 지원이 병행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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