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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와이드릴리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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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와이드릴리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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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와이드릴리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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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여름방학 일기장 들춰보는 듯…영화 '고등어통조림'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쉰 살을 바라보는 히사(구사나기 츠요시 분)는 뭐 하나 제대로 풀리는 게 없는 남자다.
글을 쓴 지 수십 년이 됐지만 아직 대필작가 신세에, 아내와는 이혼해 하나밖에 없는 딸도 몇 주에 한 번 겨우 볼 수 있는 처지다.
자기만의 글을 써보겠다 마음먹고 모니터 앞에 앉아 봐도 좀처럼 첫 문장은 써지지 않는다. 그러다 무심결에 고개를 돌려 바라본 전자레인지 위 고등어 된장 통조림 하나. 일순 그에게 어릴 적 기억이 스치고, 그제야 문장을 써 내려간다.
"고등어통조림을 보면 떠오르는 한 아이가 있다."
일본 영화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1980년대 나가사키에 사는 두 초등학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유년 시절의 추억과 우정, 가족애를 다뤘다. 드라마 작가로 이름을 알린 가나자와 도모키 감독의 첫 연출작으로, 마치 누군가의 여름방학 그림일기를 들춰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는 중년 남성이 된 히사가 1986년을 회상하는 형태로 전개된다.
초등학교 5학년인 히사(반카 이치로 분)의 반에는 늘 같은 옷만 입고 다녀 놀림감인 타케(하라다 고노스케)라는 남자 아이가 있다.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주렁주렁한 동생들과 사는 타케를 본 이후 아이들의 놀림은 더 심해진다. 히사는 어쩐지 마음이 좋지 않다.
여름 방학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히사의 집에 타케가 불쑥 찾아온다. 히사는 말 한 번 섞어보지 않은 타케의 방문이 당황스러우면서도 "돌고래를 보러 가자"는 그의 제안에 귀가 솔깃한다. 그때부터 두 소년의 모험이 시작된다.
자전거 하나를 함께 타고 낯선 바닷가 마을을 여행하며 이들은 점차 가까워진다. 타케가 왜 친하지도 않은 히사에게 다가온 건지, 어떤 말 못 할 사정이 있는지도 공유한다.
좌충우돌 당일치기 여행이 끝나고서도 둘은 만남을 이어간다. 히사는 타케에게 생애 첫 친구가 된다. 타케는 히사에게 수십 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한다.
대단히 특별하지도, 드라마틱하지도 않은 이야기지만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힘이 이 영화엔 있다. 그저 두 시골 아이가 노는 걸 보는 것뿐인데도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누구나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법한 아련한 시절을 절로 추억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눈에 들어오는 점은 히사와 타케 주변의 어른다운 어른들이다.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두 사람의 모험을 돕고 우정을 지켜준다. 배고픈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거나 자전거가 망가진 둘을 집까지 데려다주고, 귤 서리를 눈감아준 어른들 덕에 히사와 타케의 추억은 완성된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기쿠지로의 여름'(2002),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이 그랬듯 이 영화도 어른이 된 관객에게 나지막이 당부한다. 우리의 어릴 적이 누군가에 의해 따뜻해진 것처럼, 우리 역시 아이들에게 그런 어른이 되어보자고.
7월 5일 개봉. 96분. 12세 관람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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