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와 조각의 경계…中 작가 류젠화 페이스갤러리 개인전

황희경 / 2023-04-03 10: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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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젠화, 'Blank Paper'(2009-2019), porcelain, 200×120×0.7cm[페이스갤러리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류젠화 'The Shape of Trace'(2016-2022), porcelain[페이스 갤러리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류젠화 작가가 지난달 30일 서울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 2023.4.3. zitrone@yna.co.kr

도예와 조각의 경계…中 작가 류젠화 페이스갤러리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중국 작가 류젠화(劉建華.61)는 15살이던 1977년 중국 '도자기의 수도'로 불리는 장시(江西)성 징더전(景德鎭)에서 수습생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8년여간 징더전에서 지낸 뒤 도자에 '질렸던' 그는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뒤 도자를 다르게 보게 됐다.

도예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알려진 류젠화의 개인전이 서울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작들에서는 무엇보다도 50여년간 도자를 다뤄온 작가의 기술적 숙련도가 돋보인다.

2층 전시장 벽에는 흰색 종이처럼 보이는 것이 걸려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종이가 아닌 얇은 도자 조각 '블랭크 페이퍼'(Blank paper)다.

가로 1.2m, 세로 2m, 두께 0.7cm의 얇은 도자판은 기술적으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도자판에 그림을 그리는 중국의 '자판화'(瓷板畵)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자판화에 쓰이는 대개 1cm 두께의 도자판보다 얇고 크다. 가마에 넣어 꺼낼 때까지 2∼3일이 걸리고 성공률도 높지 않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 작업에 대해 "기술뿐만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실험이자 도전이고 시각언어를 만들어내는 가능성에 대한 탐색"이라고 설명했다.

흰 도자판은 모서리 부분이 살짝 들어 올려져 있다. 이를 두고 작가는 "서양의 미니멀리즘 형식에 동양의 사상을 담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연작 '더 셰이프 오브 트레이스'(The Shape of Trace)는 작가가 몇 년간 박물관에서 접한 유물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유물을 보며 작가는 "역사란 어떤 것을 뒤덮고 또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4월7일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에서 대규모 설치 작업으로 선보인다고 갤러리측은 3일 전했다.

이 밖에 눈물방울 모양의 백자 500개가 천장에서 쏟아지듯이 내려오는 모습으로 연출된 설치작, 휘갈긴 낙서 같은 모양의 도자조각 '라인스'(Lines) 연작 등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도자라는 전통 재료를 사용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시적으로, 현대적으로 사용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29일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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