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내일부터 10월까지 '안녕, 모란' 특별전
혼례복·상여에 모두 쓰인 번영의 상징…모란향 공간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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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갔지만 코끝엔 모란 향기'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안녕, 모란'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2021.7.6 jin90@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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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왕실 문화를 만나는 특별전 '안녕, 모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안녕, 모란'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2021.7.6 jin90@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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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물에도 꽃이 활짝 피었네…특별전 '안녕, 모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안녕, 모란'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2021.7.6 jin90@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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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왕실 문화에 스며든 모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안녕, 모란'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2021.7.6 jin90@yna.co.kr |
살아서도 죽어서도 모란…옛사람이 사랑한 '꽃의 왕'을 보다(종합)
국립고궁박물관, 내일부터 10월까지 '안녕, 모란' 특별전
혼례복·상여에 모두 쓰인 번영의 상징…모란향 공간도 마련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봄에 짧게 개화하는 모란은 꽃송이가 무척 탐스럽고 색이 예쁘다. 신라 진평왕(재위 579∼632) 무렵 한반도에 전래했는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사람들은 정원에 심어두고 여럿이 모란꽃을 감상했다고 전한다.
통일신라시대 문인 설총이 지었다는 '화왕계'(花王戒)에서 '꽃의 왕'으로 언급된 꽃도 모란이라고 한다. 모란은 글의 소재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과 생활용품의 장식 요소로도 활용됐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모란꽃 무늬가 여기저기에 나타났다.
순조 둘째 딸인 복온공주(1818∼1832)가 1830년 혼례 때 사용한 방석에는 모란과 연꽃을 수놓은 화사한 장식이 있다. 모란은 죽은 사람 위패인 신주(神主)를 운반하는 가마에도 새겨졌다. 조선시대 삶과 죽음의 중요한 장면에 모란은 어김없이 등장한 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이처럼 조선왕실 문화에 깊숙이 스며든 모란꽃을 소개하는 특별전 '안녕, 모란'을 7일 개막한다. 커다란 모란도 병풍을 비롯해 모란을 디자인 요소로 삼은 그릇, 가구, 의복 등 다양한 유물 120여 점이 나왔다.
김충배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장은 6일 간담회에서 "고궁박물관에는 모란꽃 장식이 있는 유물이 많다"며 "화려함, 부귀, 안녕, 번영의 상징물인 모란이 들어간 유물 하나하나의 가치를 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재은 학예연구사는 "조선왕실에서 사용된 식물무늬 가운데 모란은 압도적 중요성을 가진다"며 "모란이라는 꽃을 매개로 왕실문화에 한 걸음 다가가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전시 시작은 모란꽃이 만발한 정원 같은 공간이다. 색색의 모란꽃이 핀 영상이 나오는 바닥을 밟으며 통로를 지나면 짙은 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창덕궁 낙선재 뒤뜰 화계(花階, 계단식 화단)에서 모은 모란향이다.
어두운 전시실에서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빗소리와 새소리도 들린다. 봄기운 가득한 날, 툇마루에 앉아 모란을 감상하는 기분이 든다. 18∼19세기에 활동한 화가인 심사정, 신명연, 허련, 남계우가 그린 모란 그림도 곳곳에 걸렸다.
발걸음을 옮기면 조선왕실 생활용품에 모란 장식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엿볼 수 있다. 나전 가구, 화각함, 청화백자, 자수 물품에 들어간 모란은 왕실에 풍요와 영화가 가득하기를 바라는 의미로 쓰였다.
모란 무늬를 수놓은 여성 혼례복 2점도 눈길을 끈다. 그중 하나는 복온공주가 혼인할 때 입었다. 전통 혼례 때 여성이 입은 활옷 중 착용자와 제작 시기가 명확하게 알려진 유일한 유물이라고 한다.
다른 혼례복은 창덕궁에서 전해 오는 의복으로,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보존처리 과정에서 겉감과 안감 사이에 넣은 종이심이 발견됐는데, 1880년 과거 시험 답안지를 재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시실 일부에서는 창덕궁 낙선재 문살 장식을 벽면에 연출하고 천장에서 나오는 빛 아래에 유물을 배치했다. 혼례복 꽃무늬를 활용한 미디어 아트도 선보였다.
전시 마지막 공간은 왕실 흉례(凶禮, 상례)와 조상을 모시는 의례에 사용된 모란을 조명한다. 궁중 기록화인 의궤, 제사 지낼 때 쓰는 의자인 교의(交椅), 제례에 사용하는 가마인 신여(神輿), 향로 등으로 꾸몄다.
흉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물품은 왕실 번영과 안녕을 기원한 모란도 병풍이다. 모란도 병풍은 경사 때 설치됐으나, 왕실 장례의 주요 절차마다 등장하기도 했다. 관람객은 삼면에 놓인 모란도 병풍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병풍 속 모란도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다. 높이 3m가 넘는 병풍도 있지만, 압도하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전시 입장 인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간당 100명, 하루 1천 명으로 제한한다. 관람 예약은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gogung.go.kr)에서 하면 된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김동영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전례 없는 전염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모두가 전시를 통해 편안함과 모란의 아름다움을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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