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마리아 레사 "허위 정보가 민주주의 붕괴시킬 것"

오명언 / 2022-09-20 16: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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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마약과의 전쟁' 비판한 언론인…"한국문화 세계 변화시켜"
"언론 대신 IT기업이 게이트키핑…진실보다 거짓이 널리 퍼져"
▲ 특별강연 참석한 마리아 레사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레사 필리핀 온라인 뉴스 매체 래플러 CEO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즘과 시대정신'을 주제로 열린 특별 강연에 참석해 있다. 2022.9.20 jin90@yna.co.kr

▲ 마리아 레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노벨평화상' 마리아 레사 "허위 정보가 민주주의 붕괴시킬 것"

두테르테 '마약과의 전쟁' 비판한 언론인…"한국문화 세계 변화시켜"

"언론 대신 IT기업이 게이트키핑…진실보다 거짓이 널리 퍼져"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올해 전 세계적으로 30개 이상의 대선이 있습니다. 정보 공작, 조작된 알고리즘 등으로 허위 정보가 난무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비민주적인(illiberal) 지도자가 민주적인 과정으로 선출될 거예요. 그들은 민주주의를 붕괴시킬 수도 있습니다."

필리핀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Rappler)를 설립하고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해온 행보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언론인 마리아 레사(59)가 한국을 찾았다.

레사는 20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즘과 시대정신'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에서 레사는 "언론이 게이트키핑(뉴스 미디어에서 뉴스가 취사 선택되는 일련의 과정) 능력을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빼앗겼다"며 "권력을 쥔 IT 기업이 정보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언론이 게이트키핑을 했을 때는 '사실'(fact)이 보상을 받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사실보다 분노와 혐오가 담긴 거짓 정보가 더 널리 퍼진다. 정보 생태계의 보상 체계가 완전히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레사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유럽 곳곳에서 극우 세력이 득세할 조짐을 보이고, 브라질 등 여러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사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실 없이는 진실을 찾을 수 없고, 진실이 없다면 신뢰를 잃게 되며, 신뢰 없이는 우리가 공동체로서 직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해 레사는 사람들을 현혹하고 조정하는 기술에 맞설 '착한 기술', 언론, 그리고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꼽았다.

"언론이 정보 전달 능력을 빼앗기고 공격을 당하고 있지만, 우리 언론인은 더 강해져야 해요. 그리고 언론을 비롯해 위기에 함께 대응하기 위한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레사는 한국 문화의 영향력과 전파력에 주목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K팝, K콘텐츠 등을 통해 한국의 가치를 전 세계로 널리 퍼트리고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한국 문화의 성공 사례를 우리 사회가 봉착한 위기에 함께 대응할 공동체를 형성하고 결집하는 데 참고하고 싶다"고 했다.

레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2016년 7월부터 강력히 추진한 '마약과의 전쟁'에서 용의자가 재판 없이 사살되는 이른바 '초법적 처형' 문제 등을 제기하며 정부와 날 선 대립각을 세웠다.

두테르테 정부는 '래플러'의 취재 활동을 제한했으며 레사를 사이버 명예훼손 등 8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필리핀 법원은 지난 7월 항소심에서 레사의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의 다른 혐의는 재판에 계류된 상태다.

이날 강연에서 레사는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지켜내든 못 지켜내든 나는 준비돼있다"며 "내 인생의 남은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될 수도 있지만, 그런데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데 썼을 것"이라고 밝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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