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꿈에 빠져드는 느낌…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

이영재 / 2023-06-16 07:00:04

웨스 앤더슨 감독 신작…화려한 미장센·캐스팅 돋보여

▲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매혹적인 꿈에 빠져드는 느낌…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

웨스 앤더슨 감독 신작…화려한 미장센·캐스팅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인생이 어쩌면 하룻밤의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문학 작품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

굳이 문학 작품을 읽지 않아도, 쏜살같이 지나버린 삶을 돌이켜보면 꿈처럼 덧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독창적인 영화 세계로 관객을 매혹해온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이런 생각을 기발하게 한 편의 영화로 그려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영화는 미국의 사막에 있는 가상의 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시간적 배경은 1955년이다. 도시라고는 하지만, 인구 87명의 자그마한 마을이다.

영화의 도입부는 카페, 주유소, 모텔, 그리고 먼 옛날 운석이 떨어져 생긴 구덩이 등을 카메라의 이동과 회전으로 보여준다. 앤더슨 감독의 전작을 본 관객이라면 그가 창조해낸 또 하나의 세계에 초대받았다는 강렬한 느낌에 빠져든다.

노란 사막, 파란 하늘, 하얀 집 등은 영화 속 인물의 의상과 어우러져 장면 하나하나가 한 폭의 그림 같다. 앤더슨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미장센이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이야기는 천문학 분야의 우수한 청소년에게 상을 주는 연례행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 행사에 참석하려고 아들 '우드로'(제이크 라이언 분)를 포함한 자녀 넷과 함께 도착한 종군 사진기자 '오기 스틴벡'(제이슨 슈와츠먼), 딸 '다이나'(그레이스 에드워즈)를 데리고 온 유명 배우 '밋지 캠벨'(스칼렛 요한슨), 오기를 늘 탐탁지 않게 여기는 장인어른 '스탠리 잭'(톰 행크스) 등이 중심인물이다.

관객은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극중극'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영화는 이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이야기는 연극처럼 막과 장으로 나뉘고 흐름이 끊긴다. 그 사이엔 극중극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끼어든다. 이 이야기에선 슈와츠먼은 더 이상 오기가 아니라 오기 역을 맡은 배우 '존스 홀'일 뿐이다.

재미있는 건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이야기는 더없이 화려한 색채로 그려지지만, 극중극을 만들어가는 배우와 연출자의 이야기는 흑백이라는 점이다. 마치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지 묻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영화는 앤더슨 감독의 다른 작품처럼 난해한 면이 있다. 존스 홀도 극중극의 연출자 '슈버트 그린'(에이드리언 브로디)에게 "지금도 이 연극이 이해 안 돼!"라며 따진다.

그러나 이 영화를 다 이해하고 말겠다는 욕심으로 접근하면 속사포같이 쏟아지는 대사 속에서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앤더슨 감독이 펼쳐내는 아름다운 영상과 위트를 즐기는 마음으로 감상한다면 어느 순간 공감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화려한 캐스팅도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제이슨 슈와츠먼, 에이드리언 브로디, 틸다 스윈턴 등 앤더슨 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배우진에 톰 행크스, 스칼렛 요한슨이 합류했다. 여기에 할리우드 톱스타로 떠오른 마고 로비까지 깜짝 등장한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지난달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은 미국이지만, 실제 촬영은 스페인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28일 개봉. 105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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