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비트 위 펼쳐지는 한(恨)의 굿판…영화 '대무가'

김정진 / 2022-09-28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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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대무가'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대무가'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대무가'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대무가'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힙합비트 위 펼쳐지는 한(恨)의 굿판…영화 '대무가'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한때는 '알바왕'이었던 신남(류경수 분)은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한 청년 백수다. 연이은 낙방에 인생 역전을 노리며 들어선 곳은 무당학원. '블루오션'이라는 홍보문구에 혹한 신남은 거금 1천만 원을 투자한다.

하지만 무당의 길은 생각보다 순탄치 않다. 등원 10주 차에 접어들었지만 새로운 에이스 청담도령(양현민)에게 밀려 찬밥 신세가 된 신남은 조급한 마음에 몰래 신당을 차린다.

온라인 홍보에 걸려든 몇몇 손님이 신당을 찾지만 좀처럼 맞지 않는 점괘에 자리를 박차기 일쑤다. 한 손님이 화장실에 간 사이 훔쳐본 개인정보로 가까스로 신뢰를 얻어낸 신남은 굿으로 1천만 원을 벌 기회를 잡는다.

과거 호스트바 에이스였던 청담도령은 경찰 단속에 걸려 무직 신세가 됐다. 그가 여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수려한 외모도, 넘치는 박력도 아닌 상담 실력. 상대의 아픔을 그대로 느끼는 듯 공감하고 위로하던 그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무당학원 우수 학생으로, 또 청담동의 용한 무당으로 거듭난다.

청담도령의 목표는 '1등 무당'이 되는 것. 그러나 늘 함께하던 동자신은 예고 없이 그의 곁을 떠나버리고, 그는 다시 신을 모시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한때는 이름 꽤 날리던 '마성의 무당' 마성준(박성웅)은 교도소 수감 생활을 하며 소위 '신(神)발'을 잃었다. 공허함을 매일 같이 술로 달래던 그는 자칭 '소주 소믈리에'로 거듭난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다시 신령의 힘이 필요해진 그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내 여자를 지켜내겠다'며 과거의 위상을 되찾고자 한다.

영화 '대무가'는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세 무당의 이야기다.

이들은 엄마에게 빌린 돈 1천만 원을 갚기 위해, 아버지에게 1등으로 인정받는 아들이 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이유로 굿 한판을 벌이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가깝고도 먼 샤머니즘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무당을 하나의 직업으로, 굿을 한 편의 공연으로 그려냈다. 무당학원 선생은 신남에게 "(무당은) 한국 땅에만 100만 명"이라며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이라고 말한다.

세 사람이 벌이는 굿판은 하나의 프리스타일 힙합 공연처럼 펼쳐진다. 전통 장단 위에 입혀진 힙합 비트를 따라 추는 춤, 그들을 둘러싸고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마을 사람들까지. "굿은 한을 흥으로 풀어내는 것"이라는 대사처럼 영화 속 굿은 하나의 공연이자 축제다.

자신의 삶을 가사로 풀어낸 '대무가'(大巫歌·신내림을 위한 노래)를 부르는 세 사람의 모습은 마치 한(恨)과 울분이 뒤섞인 하나의 포효처럼 들리기도 한다.

동명의 단편을 확장해 장편으로 만들면서 원작의 스토리 위에 재개발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녹여냈다는 점도 흥미롭다.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7구역'의 두목 손익수(정경호)에서 비롯되는 갈등은 극에 적절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연출을 맡은 이한종 감독은 시사회에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굿은 우리 문화의 하위문화"라며 "초현실적인 소재를 판타지나 SF 장르로 풀기보다 우리 생활에 밀접한 청년실업, 부동산 문제 같은 것에 접목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대 신남, 30대 청담도령, 40대 성준을 통해 "각 세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혼합해 총체적인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 달 12일 개봉. 108분. 15세 관람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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