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 불모지' 로맨스판타지서 제 취향 담아 그렸죠"

김경윤 / 2022-10-29 07: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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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 월헤트 작가…29일부터 시즌2 연재
▲ 월헤트 웹툰 작가 [NHN 코미코 촬영]

▲ 월헤트 작가가 SNS에 올렸던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의 원형 만화 [작가 트위터 갈무리]

▲ 웹툰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 [코미코 제공]

"'수염 불모지' 로맨스판타지서 제 취향 담아 그렸죠"

웹툰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 월헤트 작가…29일부터 시즌2 연재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로맨스판타지 장르가 웹툰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악녀를 주인공으로 삼거나 엑스트라를 조명하는 등 다양한 변주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래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대원칙이 있다.

바로 남자주인공이 아이돌처럼 멀끔한 미남이어야 한다는 점. 아무리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고, 전쟁 영웅이라고 할지라도 모두 매끈한 외모를 자랑한다.

NHN 웹툰 플랫폼 코미코의 대표작 '아무튼 로판 맞습니다'(이하 암튼로판)는 이런 클리셰를 비튼 작품이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흉터투성인 거구의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암튼로판'을 그린 월헤트 작가는 최근 서울 용산구 NHN 코미코 작업실에서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처럼 과감한 변주는 순전히 자신의 취향을 담은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렸을 때 사극이나 신화 만화를 많이 읽으며 자랐고 수염을 단 캐릭터들을 정말 좋아했다"며 "그런데 가장 좋아하는 장르인 로맨스판타지가 '수염의 불모지'였고, 공급이 없으면 내가 자급자족이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암튼로판'은 정식 연재를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가벼운 취미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월헤트 작가는 "회사에 다니던 중 SNS에 간단히 페이지형 만화 이미지를 취미로 올린 것이었다"며 "하루 이틀 사이에 1만 리트윗이 될 정도로 이슈가 됐고, 코미코 PD님이 찾아와서 정식연재를 하게 됐다"고 데뷔 과정을 설명했다.

실제 그는 당시 올린 게시물에 '진짜 제 취향이지만 상업적으로 안 나올 것 같아서 자급자족함'이라는 설명도 달았다.

그의 예상과는 달리 이 작품은 상업적으로 대히트를 쳤다.

코미코 한국 서비스에서 론칭된 이후 9주간 매출 1위를 기록했고, 포켓코믹스 미국 서비스 론칭 직후 주말 최고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현재까지 토요웹툰 중 부동의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 이외에도 일본, 프랑스, 독일,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중국 등에서 연재되며 글로벌 누적 조회 수가 2천만 회를 돌파했다.

그는 이처럼 글로벌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 배경으로 기존 한국 로맨스판타지 장르의 인기를 꼽았다.

월헤트 작가는 "처음에는 저도 이런 반응이 생소했다"며 "K-로판의 시장이 굉장히 커진 덕에 틈새시장도 커진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수취향을 겨냥했다는 것만으로 이 작품의 인기를 설명할 수는 없다.

'암튼로판'은 클리셰를 깨면서도 로맨스판타지에 익숙한 독자들이 즐길 수 있는 개그 포인트를 잘 살렸고, 그 안에서 건강한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는 평을 듣는다.

여주인공인 리테라는 전생에 자신에게 집착하던 황태자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이 때문에 이전 생에서 가치관이 맞아 좋은 펜팔이었던 페루스를 찾아온다.

리테라를 좋아하는 등장인물은 많지만, 리테라는 자신을 조심스럽게 기다려주고 환생했다는 점까지 온전히 받아들이는 페루스와의 관계에서 가장 안정감을 얻는다.

월헤트 작가는 "작품 속에서도 리테라와 페루스는 오해가 생길 때마다 바로 대화하고 갈등을 풀어낸다"며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관계가 가장 건강한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암튼로판'은 29일 코미코에서 시즌2 연재를 시작한다.

작가는 "시즌1에서는 리테라와 페루스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면, 시즌2에서는 서로에 대한 감정이 지나치게 넘치지 않도록 적정선을 조절해나가는 과정을 다뤄보려 한다"며 "건강한 사랑을 지속해나가기 위한 중간단계를 밟아나가는 게 시즌2의 주요 주제"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시즌을 거듭하더라도 페루스가 수염을 미는 일은 결코 없을 예정이라고도 귀띔했다.

그는 흉터와 수염, 장발, 거구 중에 하나만 남겨보라는 질문에 "당연히 수염"이라며 "이 캐릭터의 근원"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는 왕자님이 되지만 페루스의 경우 결코 수염이나 흉터가 사라지지 않는다"며 "잘생긴 남자가 된다면 내면보다는 외면을 중시하는 것인데, 이를 원치 않는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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