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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분단에 대한 묵직한 질문…전상국 소설집 '굿'
기발한 상상력 돋보이는 김솔 소설집 '말하지 않는 책'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 굿 = 전상국 지음.
원로작가 전상국(83)이 내놓은 신작 소설집의 표제작 '굿'은 "죽은 사람이 살아왔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오래 전 전쟁 때 마을 사람들의 쇠스랑에 찔려 죽은 전 '인민위원회 위원장' 최용호라고 주장하는 이 수상한 인물은 누구일까.
'굿'은 1963년 등단 이후 분단 문제에 천착해 이를 꾸준히 중후한 문학세계로 형상화해온 작가의 열두 번째 소설집이다.
소설집 마지막에 수록된 단편 '굿'은 한국전쟁의 악령이 여전히 우리 곁을 배회하고 있으며 동족상잔의 기억은 후대에도 씻을 수 없는 깊은 상흔을 남긴다는 평범한 진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소설의 제목이 강하게 암시하듯이 이 작품은 "모두가 피해자일 수밖에 없었던 시대에 관한 해원(解寃)의 제의"(문학평론가 조형래)이다. 남북 간 대립은 물론 남남갈등의 골이 날로 깊어지는 작금의 현실에서 그 의의가 빛나는 소설이다.
'굿'은 2011년 '남이섬' 이후 작가가 12년 만에 내놓은 소설집이다. 작가는 적지 않은 나이를 의식한 듯 이 작품이 자신의 "생애 마지막 소설집"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말했다.
앞부분에 실린 세 개의 단편 '춘천 아리랑', '봄봄하다' , '가을하다'는 김유정과 황순원을 기리며 쓴 오마주 작품이다. 두 작가의 대표작인 '동백꽃', '봄봄'과 '소나기'의 결말 이후를 이어 썼다.
'소나기'를 오마주한 '가을하다'에서 중학생이 된 '현수'는 개울에서 조약돌로 물수제비를 뜨며 그때 그 단발머리 소녀를 그리워한다. 죽음 후에도 현수 곁에 머무는 소녀와 현수의 대화에선 원작의 여운이 진하게 느껴진다.
"글 쓰는 일이 즐거웠다"는 작가는 "우리말 우리글 사랑의 그 신명이 내 글쓰기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는 것을 고백한다"고 말한다.
문학과지성사. 358쪽.
▲ 말하지 않는 책 = 김솔 지음.
기발한 설정과 낯선 배경들로 독특한 상상력의 세계를 구축해온 소설가 김솔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책이란 무엇인가', '작가와 독자, 책은 서로 어떤 관계를 맺는가' 등에 대한 자신의 답을 소설들로 내놨다.
표제작 '말하지 않는 책'은 한 수녀원을 배경으로 책이란 무엇이고 어떤 힘을 갖는지, 어떻게 독자와 소통하고 후대에 전승되는지를 탐구한 소설이다. 이어지는 '리틀 보이'(Little Boy)에서도 작가는 독자들은 거의 사라진 반면에 작가들은 크게 늘어난 세상을 배경으로 책에 대한 탐구를 이어간다.
'리틀 보이'에선 자서전을 출판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한 재벌 회장이 등장한다. 자서전 대필을 유명 시인과 작가에게 맡긴 그는 독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타 독자'에게 추천사를 받으라고 화자에게 지시한다. 그 스타 독자란 살인으로 종신형을 받아 교도소에 갇힌 한 살인자다. 책을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과대망상증에 시달리다 여러 사람을 죽인 이 스타 독자의 비밀도 서서히 드러난다.
"독자가 작가보다 존경받게 되면서 작가는 독자로 변태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유충 단계의 존재처럼 여겨졌고, 책은 탈피를 위해 쏟아내야 하는 허물이나 배설물처럼 간주됐다." 이런 대목은 소셜미디어(SNS)의 과도한 발달로 수단(매체)과 본질의 위상이 전복된 세태를 꼬집는 것 같기도 하다.
이외에도 작가는 수록된 총 여덟 편의 단편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시니컬한 블랙 유머와 기발한 상상력의 나래를 마음껏 펼친다.
문학평론가 박혜진은 해설에서 "김솔은 내가 아는 가장 희귀한 작가"라면서 "모든 것이 있고 아무것도 없는 그의 소설은 너무나 보편적이어서 특수하고 전적으로 보편적이어서 경이롭다"고 평했다.
문학동네.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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