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K', 지나간 음악들 '추억팔이' 이상으로 다룰 것"

김정진 / 2020-12-3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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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김영욱 CP "이문세부터 BTS까지 다루며 대중음악 자긍심 높일 거예요"
▲ SBS TV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의 김영욱 CP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SBS TV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의 김영욱 CP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SBS TV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의 김영욱 CP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카이브K', 지나간 음악들 '추억팔이' 이상으로 다룰 것"

SBS 김영욱 CP "이문세부터 BTS까지 다루며 대중음악 자긍심 높일 거예요"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지나간 음악들을 다루는 방식이 '추억팔이' 그 이상이 됐으면 해요. 그 음악들에 대한 인정은 젊은 시절 그걸 들으며 뜨겁게 살았던 분들께 자신의 지난날에 대한 인정으로 느껴질 테니까요."

다음 달 3일 선보일 SBS TV 예능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를 지휘하는 김영욱(46) 책임프로듀서(CP)는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목동 SBS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아카이브K'는 우리 대중음악사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음악 쇼로, 전설적인 음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나누는 이야기와 공연 무대를 담았다.

세계적 수준으로 빠르게 올라선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기록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뒤풀이 자리에서 농담처럼 나온 가수 겸 작곡가 윤일상의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윤일상 씨가 같이 팟캐스트를 하자면서 유명한 뮤지션들의 기록을 오디오로라도 남기자고 했어요. 그런데 거기 계셨던 몇몇 분들이 그날의 이야기를 듣고 계셨다가 기획안으로 만들어서 다시 저에게 온 거예요."

그렇게 시작된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통해 약 2년간 205명의 대중음악인을 대상으로 총 1만5천 분 분량의 인터뷰를 해냈다.

김 PD는 '아카이브K'를 요리 프로그램에 비유했다. 맛있는 음식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게 어디서, 누구에 의해 시작됐고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팔보채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대중음악도 아는 만큼 들린다고 생각해요. 미팅하면서 들었던 음악, 나이트클럽에서 즐기고 들었던 음악들도 왜 그때 나왔는지 한국의 근현대사와 같이 보면 우리가 살아온 궤적과 맞아떨어지는 게 있거든요."

김 PD는 제작 초반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특성을 예능 프로그램에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이 깊었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있는 VCR, 예능에서 볼 수 있는 현장 토크, 가요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무대가 결합한 새로운 포맷이 탄생했다. 그는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라 걱정도 많았지만 결국 원하던 그림을 형상화했다"며 "아주 수다스러운 다큐멘터리가 됐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있다고 털어놨다.

"제가 확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장르를 먼저 다루다 보니 이번 방송에는 트로트도 록도 힙합도 포크도 없어요. 또 방대한 분량을 한정된 시간에 담아야 하니 액기스만 다뤄야 해 편집도 힘들었죠. 저희가 한 인터뷰의 5% 정도만 방송에 나간 것 같아요. 만약 시즌 2가 나온다면 다뤄볼 생각이에요."

발라드부터 인디 그라운드, 댄스음악 등 7개의 주제를 모두 10회에 걸쳐 담아낸 '아카이브K'에는 이문세부터 방탄소년단(BTS)까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다.

"한국 음악사에서 중요한 점을 짚어내기 위해 들어야 할 증언은 다 나온 거 같아요. 모든 사람을 섭외했고, 대부분 인터뷰를 해주셨거든요."

인터뷰를 못 했지만 해보고 싶은 사람으로는 가수 신해철을 꼽았다.

김 PD는 "'자기야'라는 프로그램을 할 때 함께 했는데 그때는 음악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다"며 "이번에 다른 분들을 인터뷰하면서 신해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더팬', '판타스틱 듀오' 등을 연출한 김 PD는 '아카이브K'를 통해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했다.

"저는 사는 낙이 음악밖에 없는 사람이에요. 그래서인지 음악 프로그램을 많이 연출했는데, 40대 초반까지는 '나는 왜 저 무대 위로 올라가지 못하지' 생각도 했죠.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제가 해야 할 역할은 소중한 음악들을 잘 알려서 사람들이 더 즐거울 수 있도록 만드는 중간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도 변화하길 바란다.

"모차르트와 하이든도 먹고 살기 위해 음악을 해왔지만, 그 삶의 궤적들을 모아놓고 보면 위대한 작업물인 것처럼 대중음악도 팔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위대한 일이거든요. 우리 대중음악에 대해 좀 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해요."

다음 달 3일 오후 11시 5분 첫 방송.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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