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집단폭행' 한달 돼 가는데…피해자에 달랑 문자 한 통뿐

양정우 / 2022-09-09 07: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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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사과 안 해…총무원장·주지·회주도 입장 표명 없어
▲ '승려 집단폭행'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승려 집단폭행' 사건이 벌어진 지 한 달 가까이가 되도록 구타를 가한 승려들이 피해자를 만나 제대로 된 사과 한번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가해 승려 중 1인이 피해자 측에 보낸 문자다. 이 승려는 문자를 전후로 직접 사과를 위한 연락이나 접촉을 시도해 온 적이 없었다. 2022.9.9 eddie@yna.co.kr (끝)

▲ 조계종 노조원 폭행하는 스님 (서울=연합뉴스) 14일 서울 서초구 봉은사 앞에서 자승 전 총무원장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준비하던 조계종 노조원에게 한 승려(왼쪽 두번째)가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2.8.14 [조계종 노조 제공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끝)

▲ 봉은사 승려 특수집단폭행 대책위원회 출범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8·14 봉은사 승려 특수집단폭행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31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지난 14일 조계종에서 해고된 한 노조원이 봉은사 앞에서 자승 전 총무원장의 종단 내 선거 개입을 주장하는 1인 시위를 하려다 승려 여러 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이 사건이 사전 계획된 것이라 주장하며 경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2022.8.31 dwise@yna.co.kr

'승려 집단폭행' 한달 돼 가는데…피해자에 달랑 문자 한 통뿐

직접 사과 안 해…총무원장·주지·회주도 입장 표명 없어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승려 집단폭행' 사건이 벌어진 지 한 달 가까이가 되도록 가해 승려들이 피해자를 만나 제대로 된 사과 한번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9일 불교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앞에서 벌어진 집단폭행 피해자 박정규 씨는 사건 나흘 뒤인 18일 폭행 가해자 중 한 명인 A스님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봉은사 국장 출신인 A스님은 집단폭행 과정에서 박씨 머리를 바닥에 찍어 내리고, 넘어진 박씨를 끌고 가다 주변 경찰관들의 제지를 받았던 인물이다. 피해자에게 인분으로 추정되는 오물을 끼얹기도 했다.

A스님이 보낸 문자 요지는 '폭행은 용납이 안 되는 일로 종교수행자로서 부끄럽다'는 것이다. 언뜻 내용만 보면 사과의 의미로 읽힐 수도 있지만 A스님은 사과를 위한 연락이나 접촉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앞서 그는 사건 발생 이틀 뒤 봉은사를 통해 '참회문'을 배포하면서 박씨에게 사과 입장을 밝혔으나 그 방식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만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인데 엉뚱하게 언론을 향해 참회문을 내고 사과 입장을 전하는 게 맞느냐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사태 무마용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A스님은 참회문을 낸 뒤 봉은사 국장직에서 물러나 현재 지역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A스님과 함께 박씨 폭행에 가담한 B스님은 사건 이후 피해자에게 일언반구도 없는 상황이다.

B스님은 A스님 폭행으로 바닥에 쓰러진 박씨에게 발길질을 한 인물이다.

그는 최근 조계종 노조 측에서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는 문자를 여러 차례 보냈으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폭행 당사자 외에 종단을 대표하는 총무원장 원행스님이나 봉은사 운영 책임자인 주지 원명스님, 이 사찰의 가장 큰어른인 회주이자 전 총무원장인 자승스님 또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조계종 직영사찰인 봉은사 소속 승려가 집단 폭행 가해자라는 점에서 이들 어른스님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단 폭행사건 대응을 위해 불교계 단체들이 꾸린 '8.14. 봉은사 승려 특수집단폭행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출범식에서 "사회적 물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계종 총무원은 대국민, 대불자 참회를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봉은사 주지 또한 이번 집단폭행 사건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며 "주지의 관할하에 있는 소임자가 폭행에 직접 가담했다. 강남의 전법을 책임지는 도량의 주지로서 사회적 물의를 낳은 작금의 폭행 사건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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