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경 작가 "어딜 가도 돈 이야기…젊은 세대에게는 생존 문제"

강애란 / 2022-10-19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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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 집필…"가난과 부의 대물림 구조 녹여"
"판타지 비중 높아진 점 아쉬워…베트남 전쟁 논란 뼈아프게 생각"
▲ 정서경 작가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정서경 작가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서경 작가 "어딜 가도 돈 이야기…젊은 세대에게는 생존 문제"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 집필…"가난과 부의 대물림 구조 녹여"

"판타지 비중 높아진 점 아쉬워…베트남 전쟁 논란 뼈아프게 생각"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김우진 인턴기자 = "가난은 첫째 인주에게 슬픔 같은 감정적인 것, 둘째 인경에게는 지고 싶지 않은 것, 셋째 인혜에게는 초월하고 싶은 것이죠."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가난한 세자매가 절대 부를 가진 권력층과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헤어질 결심', '아가씨', 친절한 금자씨' 등 박찬욱 감독과 합을 맞춰온 정서경 작가가 집필한 작품이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 작가는 "요즘은 어딜 가도 주식, 아파트, 코인 등 돈 이야기를 인사처럼 한다"며 드라마 주제로 '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정 작가는 "저는 옛날 사람이라 돈에 관해 얘기하는 게 편하지 않고, 수치심을 자극하는 것 같기도 하다"며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돈에 대해 대놓고 말하게 된 최근 사회 분위기에는 무언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세대는 열심히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젊은 세대에게는 (그럴 수 없다는) 불안과 결핍이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드라마는 세자매의 가정환경에서 시작된다. IMF 이후 도박에 빠져 필리핀으로 도망간 아빠, 첫째와 둘째가 어렵게 마련한 막내의 수학여행 비용을 몰래 훔쳐 아빠를 따라 필리핀으로 간 철없는 엄마. 세자매의 가난은 부모로부터 대물림된 것이다.

반면, 세자매가 마주하는 권력층 가족은 대대로 부를 세습한다. 셋째의 친구 박효린은 세자매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환경을 갖고 있다. 박효린은 원기선 장군의 딸로 권력의 최고층에 선 원상아와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 박재상의 딸이다.

정 작가는 "세자매의 부모는 '의자 뺏기', '사다리 오르기'에서 탈락한 사람들이고, 효린이는 노력하지 않아도 그(부와 권력을 가진)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며 "부는 세습되는 경우가 많고, 가난한 가정에서는 사다리에 오를 수 없는 상황이 많다. 그런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자매는 가난을 대하는 자세나 돈에 두는 가치가 다르다. 정 작가는 각각 다른 입장을 가진 인물들을 통해 시청자들의 다양한 공감대를 끌어내고 싶었다고 했다.

첫째 인주(김고은 분)는 동생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K-장녀', 둘째 인경(남지현)은 사회 정의 실현에 집착하는 기자, 셋째 인혜(박지후)는 천재적인 그림 실력을 지닌 고등학생이다.

정 작가는 "인주는 가족 중심적인 인물로 처음 20억이 생겼을 때는 아이스크림, 화장품 등 그동안 사지 못했던 것을 잔뜩 산다"며 "하지만 그 많은 일을 겪고 (300억원을) 받았을 때는 돈의 의미와 무게를 알기 때문에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경은 가난하기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고, 인혜는 가난하다는 상황 자체를 초탈하고 싶어하는 인물로 가난과 자신을 엮어서 설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극 중 인주는 돈이 생긴 뒤 한강이 보이는 서울 아파트를 사고 싶어하는데, 정 작가는 이 설정이 젊은 세대들의 돈에 대한 관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제가 자랐던 시대에서 돈은 '풍요'를 의미했는데, 요즘 젊은이들에게 돈은 '생존의 본질'이 된 것 같아요. 이런 점을 반영해 드라마에서도 돈을 부동산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자기 집을 갖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세대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고 싶었죠. 이들에게 돈은 생존에 대한 기본적인 안정감을 주는 물질이라고 생각해요."

정 작가는 극본을 20년간 써온 베테랑 작가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의 반응에는 노심초사한다고 했다.

그는 "좋은 반응은 (기억에서) 지나가고, 불편했던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다음 작품을 쓸 때는 어떤 걸 조심해야 할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현실과 환상 사이에 놓인 소재인 '푸른 난초'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미스터리 장르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에 동의했다고 했다.

정 작가는 "작품을 쓸 때 현실과 환상의 비율을 4대 6 정도로 가져가는데, 이번에는 5대 5 정도가 된 것 같다"며 "환각 효과를 가진 푸른 난초는 인물들이 원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확신을 하게 되는 매개체로 사용했는데 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작은 아씨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에 공개됐는데, 베트남 현지에서는 한국군 특수요원이 베트남 군인을 무더기로 죽였다는 내용의 대사들 때문에 반감을 샀고, 결국 넷플릭스에서 현지 방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정 작가는 "뼈아프게 생각한다"며 "(작품을 쓸 때)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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