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9' 준우승 머쉬베놈 "음악가 아닌 '예술가'로 남고 싶어"

오보람 / 2020-12-24 08: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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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음 '끗발'이 더 중요…공식 벗어난 음악으로 성공할 것"
▲ 래퍼 머쉬베놈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엠넷 '쇼미더머니 9'에 출연한 머쉬베놈, 스윙스, 래원, 릴보이(좌측부터)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래퍼 머쉬베놈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래퍼 머쉬베놈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쇼미9' 준우승 머쉬베놈 "음악가 아닌 '예술가'로 남고 싶어"

"이다음 '끗발'이 더 중요…공식 벗어난 음악으로 성공할 것"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김정진 기자 = '정말 참말로 고독하구만 / 똑똑똑똑 계세여 누구여 있는 거 아니깐 나와여 누구여'('고독하구만' 중)

서양 음악인 힙합에서 어디서 많이 맡아본 듯한 구수한 향기가 난다.

래퍼 머쉬베놈은 친숙한 충청도 사투리를 가사에 녹인 이른바 '충청도 플로'로 지난 몇 달간 엠넷 '쇼미더머니 9' 시청자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독특한 랩 스타일에 매료된 사람들은 유튜브 등에 올라온 무대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의 영상들은 모든 참가자 가운데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가 마지막 회에서 받아든 최종 결과는 준우승. 화제가 컸던 만큼 아쉬움이 남았을 법도 하지만, 머쉬베놈은 지난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후련하고 속이 시원하다. 아쉬운 마음은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누가 우승하든 그림이 나쁘지 않고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릴보이가 우승한 것에 전혀 악감정도 없고요. 저도 우승보다는 준우승을 한 게 오히려 앞으로 나아갈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저같이 회사가 없는 친구들이 저를 보고 힘을 내면 좋겠다"면서 "좋은 아이디어와 행동력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처음엔 머쉬베놈이 이렇게까지 높은 순위로 프로그램을 마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릴보이, 스윙스, 원슈타인, 오왼, 빌스택스 등 워낙 쟁쟁한 참가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유머러스한 가사와 재치 넘치는 라임 그리고 무엇보다 귀를 사로잡는 충청도식 억양으로 매회 기세를 높여갔다.

어릴 적 충청도 토박이인 조부모님과 함께 살며 사투리가 입에 뱄다는 그는 "평소 말투를 랩으로 녹여내는 게 편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사투리 랩은) 특이한데다 틈새시장인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의 또 다른 특장점인 언어유희도 유년 시절부터 재밌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보고 메모하는 습관에서 비롯됐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은 유머를 자기 삶과 연결 지어 가사로 만든다는 것이다.

머쉬베놈은 음악 자체로도 좋은 평가를 들었지만 무대 구성과 연출로도 주목받았다. 그의 무대를 보고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보는 줄 알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공연이 노래의 완성이라 생각한다"며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데, 노래를 열심히 만든 만큼 무대도 열심히 꾸미고 싶다"고 설명했다.

"노래는 청각적으로도 좋아야 하지만 시각적으로도 좋아야 해요. 저는 음악가보다는 '예술가'로 남고 싶어요. 물론 음악이 주가 되지만 종합 예술을 하고 싶다는 꿈이 '쇼미더머니 9'을 통해 더 커졌습니다."

그는 '쇼미더머니 9'에서 잘나가던 차에 한 차례 고비를 맞기도 했다. 한 팀이었던 오왼이 대마초를 흡연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연 전날 프로그램을 하차하게 됐고 2주간 준비한 무대는 물거품이 될 뻔했다.

머쉬베놈은 당시 그야말로 '멘붕'이 왔다면서도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오왼이 빠진 부분을 자신의 가사로 채워 무대를 소화했는데, 그 곡이 바로 'VVS'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였어요. 동시에 가장 아쉬웠던 무대기도 했죠. 셋이서 했으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다들 매일 만나 고생하며 연습했던 거라서 그게 조금 아쉬웠어요."

그러면서도 그는 "잘된 게 중요한 거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VVS' 음원은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크게 히트했다.

'여백의 미', '고독하구만', '부어라 비워라' 등 솔로곡도 음원 차트 상위권에 포진하고 이전에 발표한 곡인 '보자보자',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 역시 관심을 받았다.

"'쇼미더머니 9'은 좋은 방송이고 화제성도 있지만, 그 뒤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끗발'이라고 하죠. 그것만 좋으면 돼요. 흔한 공식이 아니라 제가 추구하는 음악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잘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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