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물 위에 뜬 온천 [사진/성연재 기자] |
 |
| ▲ 고풍스러운 시토리 신사 [사진/성연재 기자] |
 |
| ▲ 100년 가게의 '오종 모둠' [사진/성연재 기자] |
 |
| ▲ 스이메이소에서 소개한 게 요리 정식 세트 [사진/성연재 기자] |
 |
| ▲ 호수를 관망할 수 있는 보코로 온천 [사진/성연재 기자] |
 |
| ▲ 유노 야도 사이카의 노천온천 [사진/성연재 기자] |
 |
| ▲ 버스를 향해 인사하는 료칸 직원 [사진/성연재 기자] |
[여행honey] '머무는 여행지' 日 유리하마초 ②온천과 미식
(돗토리=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유리하마초는 온천·호수·구시가지가 공존하는 도고호를 중심으로, 고요한 자연 속에서 천천히 머물며 걷고 쉬는 법을 깨닫게 하는 정적의 여행지다. 온천과 중국식 정원, 글램핑, 미식과 같은 체험형 콘텐츠가 이어지고, 오래된 신사와 상점가 등 세월의 흔적이 머문 모습이 지역의 정체성을 깊이 드러낸다.
◇ 옛것을 지키는 전통
시토리 신사와 마쓰자키 상점가
60∼70년대의 정취가 남아 있는 마쓰자키 상점가는 오래된 가옥들을 잘 보존한 거리다. 빈집을 개조한 복합 체류 공간 '타미', 다다미 체험이 가능한 이토 다다미 전문점, 전통 노트를 만들어볼 수 있는 오카무라 상점, 낡은 목욕탕 고토부키요, 등 작은 공간에 사람 내음이 물씬 묻어난다. 상업적인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먼저 느껴지는 동네라는 점이 큰 매력이다.
한 미용실 앞에서 젊은 여성 미용사를 만났다. 이 지역 출신인지 묻자, 그는 최근 귀촌한 사람이라며 복합 체류 공간 '타미'에서 머무르며 지역을 둘러본 끝에 확신이 생겨 이주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청년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골에서 젊은 귀촌인을 만난 순간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숲길 끝에 모습을 드러내는 시토리 신사는 직물 산업을 기반으로 삶을 영위해 나갔던 시토리 민족의 뿌리가 남아 있는 신사다. 겉보기에는 조용하지만, 기와 곳곳에 내려앉은 이끼만큼이나 지역 사람들의 삶의 역사가 눅진하게 쌓여 있다. 경내의 '안산암'은 무사 출산을 기원하는 임산부가 가볍게 손을 얹고 기도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 빠뜨릴 수 없는 동해안의 미식
도고호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야마토' 재첩이다. 빛이 비치면 검은 진주처럼 보이는 껍질 때문에 '검은 다이아몬드'라는 별칭을 얻었다. 갓 잡은 재첩은 탱글탱글하고 시원하며, 냉동 재첩은 감칠맛 성분이 더 강해진다고 알려져 지역 주민들은 용도에 따라 구분해 사용한다. 식당에서 재첩국을 한 숟가락 뜨는 순간, 도고호가 이 지역 미식에 끼친 영향이 가늠됐다.
동해안을 접한 일본의 소도시들은 사실 한국 관광객에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의 북쪽 소도시 몇 군데를 다녀본 경험으로는, 동해를 공동으로 접한 덕분인지, 음식이 무척이나 한국인들에게 잘 맞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가운데 100년 전통을 가진 가이세키 사토에서의 점심 식사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매일 어시장에서 공수한 신선한 생선을 재료로 하며, 화학적 비료를 쓰지 않은 야채와 농가와 직접 계약해 고시히카리 쌀을 독점적으로 공급받는다. 특히 이곳에서 맛본 계절 전채 오종 가운데 수박 절임이 있어 신선했던 기억이 난다. 생선, 제철 채소의 튀김은 고소했고, 화려하지 않지만, 차분하고 정성스럽게 겨울의 맛을 보여주는 식사였다.
또한 기본적으로, 료칸 내부 식당의 음식도 인상적이었다. 첫날 숙소인 '유노 야도 사이카'의 내부 식당은 만족스러웠다. 작은 그릇 다섯에 담긴 전채가 계절의 향을 조용히 소개했다. 본 요리가 시작되며 '오종 모둠'이 등장했다. 작은 요리 한 점씩 맛볼 때마다 바다의 결이 다르게 전해져 이 코스의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마지막에 머물렀던 스이메이소의 음식도 대체로 만족감을 줬다. 저녁 식사 자리에는 가이세키와 별도로 사진 촬영용 게 요리 정식 세트가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 한겨울엔 뜨끈한 온천이 최고
여행 마지막 밤을 보내기 좋은 숙소는 '스이메이소'다. 중국풍 외관과 일본식 객실이라는 이색 조합이 의외로 잘 어울리고, 노천탕·가족탕·대 욕장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 저녁은 동해에서 잡은 생선과 향토 요리가 한 상에 오르고, 창문 너머로 호수의 불빛이 흔들리는 밤은 그 자체가 여행의 여운이 된다.
첫날 묵었던 유노 야도 사이카 료칸의 창문을 통해 호수 위에 옆 온천장인 '보코로'의 떠 있는 온천 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은 이미 반쯤 그곳으로 향해 있었다. 비가 살짝 내리던 오후 산책길, 결국 계획에도 없던 당일 방문을 하게 됐다. 들어가기 전까지는 "시설이 오래되었다"는 리뷰 때문에 기대치가 낮았지만, 온천에 몸을 담그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호수와 온천의 수면이 나란히 보였고, 물결과 노을이 그대로 시야를 채우는 장면은 그 어떤 최신식 료칸이 흉내 낼 수 없는 경험이었다. 보코로는 알고 보니 '명탐정 코난' 597∼598화(한국 미소개)의 배경이 된 장소라고 한다. 팬이 아니라도 흥미롭고, 팬이라면 더 반갑다. 숙박하지 않았음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료칸, 바로 그런 곳이 보코로였다.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유리하마초 여행은 '볼거리'가 아니라 '머무는 법'을 가르쳐 주는 여행이었다. 서두르지 않고, 풍경과 시간을 들여 마주하면 작은 순간들이 쌓여 하루가 완성된다. 스이메이소에서 체크아웃하고 난 뒤 버스에 올랐는데 직원들이 서서 90도로 인사를 한다. 이제 익숙할 때가 됐는데도 이런 모습을 접할 때마다 오히려 송구하고 고마워진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 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