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승에서 나온 한국조각의 네 가지…김종영미술관 '분화'전

황희경 / 2023-02-08 08: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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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 1세대 제자 송영수·최만린·최종태·최의순 그룹전
▲ 최의순(왼쪽) 작가와 최종태 작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는 '분화'전에 참석한 최의순 작가와 최종태 작가. 2023.2.7. zitrone@yna.co.kr

▲ 최종태 작가 전시 전경 [김종영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최의순 작가 작품 전시 전경 [김종영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 스승에서 나온 한국조각의 네 가지…김종영미술관 '분화'전

김종영 1세대 제자 송영수·최만린·최종태·최의순 그룹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송영수(1930∼1970), 최만린(1935∼2020), 최종태(91), 최의순(89)은 1950∼1954년 서울대 조소과에 입학해 조각을 공부했다. 이들을 가르친 사람은 한국 현대조각의 기틀을 다진 우성 김종영(1915∼1982)이었다.

한 스승에게 배웠지만 결과의 방향은 모두 달랐다. 한 줄기에서 '분화'(分化)한 네 사람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스승의 이름을 딴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네 명 중 가장 먼저 입학(1950)한 송영수는 철조 조각의 선구자로 일찍부터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수용했다. '한국 추상 조각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최만린은 1960년대 후반 동아시아 미학에서 비롯된 추상으로 전환했다. 최종태는 네 작가 중 유일하게 추상 작품을 제작하지 않았고 인체, 그중에서도 여성 조각에 집중했다. 최종태와 최만린보다 1년 먼저 입학(1953)한 최의순은 조형 어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주로 석고를 이용해 인체와 추상을 넘나드는 작업을 했다.

전시는 작가별로 작품세계의 핵심을 보여주는 조각 4∼5점, 드로잉 8∼10점을 소개한다.

모두 다른 길을 걸었지만 네 사람 모두 한국전쟁 이후 제대로 된 미술도구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서구 조각의 어법을 그대로 수용하는 대신 정체성을 고민해왔다는 점에선 공통적이다.

7일 전시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최의순 작가는 "김종영 선생은 정체성을 갖고 작업하기 위해서는 정신의 근본을 바탕에 정립한 뒤 작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뻐꾸기가 몰래 낳고 간 알을 자기 알인 줄 알고 품는) 자고새가 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최종태 작가는 "우리는 일본 사람들에게 배운 세대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해방 후 미술대학을 우리 손으로 만들고 그곳에 입학해 한 교실에서 공부한 첫 세대"라고 강조했다.

네 사람은 스승의 뒤를 따라 모두 모교에서 후학들을 가르쳤다. 송영수 작가는 스승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고 최만린 작가도 2020년 고인이 됐지만 최종태 작가와 최의순 작가는 구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가 한국에 처음 생긴 조소과에서 서양 조각을 어떤 양상으로 받아들였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26일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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