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산다] ⑪ "꿈 실현, 최적의 공간" 신헌창 '책과생활' 대표

김재선 / 2023-05-20 08:00:04
  • facebookfacebook
  • twittertwitter
  • kakaokakao
  • pinterestpinterest
  • navernaver
  • bandband
  • -
  • +
  • print
근무계약 끝나고 광주 정착…"낯선 곳에 시간을 쌓으며 기여하고 싶어"
▲ 신헌창 책과생활 대표 [책과생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책과 생활' 내부 모습 [책과생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신헌창 책과생활 대표 [책과생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방에 산다] ⑪ "꿈 실현, 최적의 공간" 신헌창 '책과생활' 대표

근무계약 끝나고 광주 정착…"낯선 곳에 시간을 쌓으며 기여하고 싶어"

[※ 편집자 주 =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인생의 꿈을 일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위에서는 모두 서울로 서울로를 외칠 때, 고향을 찾아 돌아오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저 자기가 사는 동네가 좋아 그곳에서 터전을 일구는 이들도 있습니다. 힘들 때도 있지만, 지금 이곳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만들어갑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가지 않고'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에서 꿈을 설계하고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삶을 연합뉴스가 연중 기획으로 소개합니다.]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형민우 기자 = "광주는 어딘지 모르게 애잔한 구석이 있습니다. 쓸쓸한 풍경에 떠나고 싶지 않아 눌러앉았죠"

광주 동구 장동에서 인문학 서점인 '책과 생활'을 운영하는 신헌창(50) 대표는 2016년 광주에 정착했다.

아시아문화개발원에서 일하며 광주와 인연을 맺은 신 대표는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서울로 돌아가지 않았다.

2015년 9월부터 여행자처럼 금남로, 충장로, 동명동 등 광주의 구도심을 돌아다녔다.

빛바랜 간판이나 문 닫은 점포 등을 만나면 한때 화려했던 시절을 상상하면서 쇠락한 도시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꼈다.

마침 장동을 돌아다니다 점포 임대 광고를 보고 서울보다 턱없이 싼 임대료에 놀라 덜컥 계약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0만원을 내고 얻은 7평 공간이 독립서점 '책과 생활'의 시작이었다.

신 대표는 "퇴직금도 조금 있고 전세 계약기간도 남아서 여행자처럼 광주에 머물렀다"며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멜랑콜리한 광주의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책과 생활'은 개성 있는 독립서점이 많은 광주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작가와의 대화인 '책생 북토크'로 시작해 '여행자의 불빛서점' '심야책방' 등 새로운 시도를 하며 확장을 거듭했다.

특히 '여행자의 불빛서점'은 외지인이나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광주의 옛 명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줘 호응을 얻고 있다.

'책과 생활'은 2019년에 광주시가 지정하는 '여행자플랫폼'에도 지정돼 타지에서 온 여행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학창 시절부터 문학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신씨는 대학 졸업 후에 편집자 일과 서점 운영을 하면서도 출판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마침내 2021년 한 대학교수의 의뢰로 '모모는 철부지'라는 책을 출판했다.

과거 전일방송에서 진행했던 대학가요제를 통해 큰 인기를 끌었던 '모모'라는 노래를 모티브로 그 시절 광주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서울로 회귀하지 않고 외지인으로 광주에 정착해 나름 성과도 냈지만, 책방 운영이 쉽지만은 않았다.

기관에서 주는 지원사업은 경쟁률이 높아 따기가 쉽지 않고, 유료 행사에는 찾아오는 이가 없어 쉽게 기획할 수도 없다.

신 대표는 "인지도 높은 작가보다는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작가를 소개하고 싶은데 모객이 잘 안돼 어려움이 있다"며 "지원사업도 수익이 발생하기 힘든 구조여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신 대표는 광주에 대한 애정이 깊다.

최근에는 광주천이 내려다보이는 학동의 낡은 아파트를 구입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고 있다.

서점 한쪽에 '오월서가'를 마련해 '5·18민주화운동' 관련 도서뿐 아니라 광주에서 생산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배치했다.

올해부터는 숨어 있는 지역 작가들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등 지역 예술 살리기에도 나설 계획이다.

신씨는 "광주는 제 꿈을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공간이고, 이 지역에 나름대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다"며 "꾸준한 실험을 통해 지역 서점이 나아가야 할 길, 더 나아가 자생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낯선 도시에서 사는 것은 시간을 쌓는 일"이라며 "사라져 갈듯 희미하게 남아있는 도시의 매력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