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과 회복·연대의 역사…인류가 함께 기억할 세계기록유산

김예나 / 2025-04-11 11: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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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의미와 가치는…책·지도·도면 등 종류 다양
1997년 훈민정음·조선왕조실록 첫 등재…세계유산과 구분해 보기도
▲ [그래픽]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현황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제주 4·3의 아픈 역사와 전후 '녹색혁명' 과정을 기록한 자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이 됐다. 11일 국가유산청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10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회의에서 '제주4·3기록물'과 '산림녹화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 77년이 지나도 여전한 슬픔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77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일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을 찾은 유족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있다. 2025.4.2 jihopark@yna.co.kr

▲ 제주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서울=연합뉴스) 제주4·3기록물이 11일(한국시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제주4·3기록물은 진실 규명과 화해의 과정을 담은 1만4천673건의 역사적 기록을 담고 있다.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옥중 엽서(27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1만 4,601건),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운동 기록(42건),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3건) 등이 포함됐다. 사진은 형무소에서 온 엽서. 2025.4.11 [제주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남원군 목동 산림계(왼쪽)와 진안군 중평마을 산림계 정관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제주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서울=연합뉴스) 제주4·3기록물이 11일(한국시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제주4·3기록물은 진실 규명과 화해의 과정을 담은 1만4천673건의 역사적 기록을 담고 있다.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옥중 엽서(27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1만 4,601건),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운동 기록(42건),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3건) 등이 포함됐다. 사진은 영모원 비문. 2025.4.11 [제주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조선통신사 기록물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현장사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픔과 회복·연대의 역사…인류가 함께 기억할 세계기록유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의미와 가치는…책·지도·도면 등 종류 다양

1997년 훈민정음·조선왕조실록 첫 등재…세계유산과 구분해 보기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제주 4·3, 산림녹화사업 등 한국 현대사의 한 부분이 세계가 함께 기억해야 할 기록으로 당당히 인정받으면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국가유산청과 유네스코 설명을 종합하면 기록유산은 전 세계 민족의 집단 기록이자 인류의 사상, 발견 및 성과의 진화를 기록한 자료를 일컫는다.

문자로 쓰인 책을 비롯해 필사본, 포스터, 지도, 악보, 설계도면, 사진 등이 해당한다.

유네스코는 세계적으로 가치가 큰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1997년부터 2년마다 전문가 평가를 거쳐 세계기록유산을 선정하고 있다.

이번에 등재가 결정된 제주 4·3 기록물 등은 2023년 11월에 신청서를 낸 바 있다.

4·3 기록물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를 중심으로 약 7년간 이어진 무력 충돌과 이를 진압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다룬 자료를 다룬다.

공공기관이 만든 각종 문서, 재판 기록, 언론 자료, 피해 조사 기록, 민간인 학살에 대한 피해자 진술, 정부의 공식 진상 조사 보고서 등 1만4천673건에 달한다.

국가 폭력과 진실 규명, 역사적 화해의 과정을 담은 기록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산림녹화기록물은 한국 전쟁 등으로 황폐해진 국토를 정부와 국민이 손잡고 성공적으로 재건한 산림녹화 사업의 전 과정을 담은 흔적이다.

각종 공문서와 작업일지, 사진, 포스터, 우표 등 총 9천619점을 아우른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산림녹화기록물에 대해 "경제개발과 생계를 이유로 황폐해진 국토를 중앙집권적 계획을 통해 되살린 사회적 연대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두 기록물은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회복, 그리고 지속 가능한 환경 재건의 경험이 전 세계가 함께 기억해야 할 가치 있는 기록으로 인정받았다"고 의의를 평가했다.

이번 등재로 한국이 보유한 세계기록유산은 20건으로 늘었다.

한국은 1997년 훈민정음(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을 처음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올렸다. 이후 승정원일기, 직지심체요절, 조선왕조 의궤 등을 등재한 바 있다.

2017년에는 '조선통신사 기록물'을 한국과 일본이 함께 올리기도 했다. 조선통신사는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양국의 평화 관계 구축 및 유지에 크게 공헌한 외교사절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세계사적 가치를 지닌 우리의 기록유산을 발굴하고,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를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당초 14일 오후 '제주 4·3 기록물' 등이 등재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집행이사회가 안건을 일부 조정하면서 예정보다 일찍 등재가 결정됐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심사에서 74건의 기록유산이 새로 등재된다. 이로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은 총 570건으로 늘게 됐다.

세계기록유산은 보통 세계유산과는 구분해 별도로 보기도 한다.

세계유산은 1972년 채택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등재된 유산을 지칭하며 문화유산, 자연유산, 그리고 문화와 자연의 가치를 함께 담고 있는 복합유산이 있다.

표기를 보면 세계유산은 '헤리티지'(heritage)를, 세계기록유산은 '메모리'(memory)를 쓴다.

일본은 최근 들어 '유산'이라는 명칭을 아예 쓰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6년 무렵부터 세계기록유산의 일본어 명칭을 '세계기억유산'(世界記憶遺産)에서 '세계의 기억'(世界の記憶)으로 바꿔 사용 중이다. 이는 세계기록유산의 영어 표기를 직역한 것이다.

다만, 중일 전쟁 중인 1937∼1938년 일본군이 중국 난징(南京)에서 벌인 대학살 관련 자료가 2015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이후 이처럼 일본어 명칭 변경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세계기록유산의 위상을 낮추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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