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문화("무대 함께 오르는 수어통역사만 5명"…)

임지우 / 2022-09-05 10: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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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극 '합★체'의 김범진-정은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음악극 '합★체'에서 저신장 장애를 가진 아빠 역할로 출연하는 배우 김범진과 극중 아빠, 엄마, 계도사 역할 배우 담당 수어 통역사를 맡은 정은혜 무용가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9.3 ryousanta@yna.co.kr

▲ 포즈 취하는 김범진-정은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음악극 '합★체'에서 저신장 장애를 가진 아빠 역할로 출연하는 배우 김범진과 극중 아빠, 엄마, 계도사 역할 배우 담당 수어 통역사를 맡은 정은혜 무용가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9.3 ryousanta@yna.co.kr

▲ 포즈 취하는 김범진-정은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음악극 '합★체'에서 저신장 장애를 가진 아빠 역할로 출연하는 배우 김범진과 극중 아빠, 엄마, 계도사 역할 배우 담당 수어 통역사를 맡은 정은혜 무용가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9.3 ryousanta@yna.co.kr


[고침] 문화("무대 함께 오르는 수어통역사만 5명"…)

"무대 함께 오르는 수어통역사만 5명"…무장애 음악극 '합★체'

15∼18일 국립국장 공연…수어 통역·음성해설 작품에 녹여

저신장장애 아버지역 김범진·수어통역 정은혜 "무장애 공연 발전 계기 되길"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그동안 공연이 얼마나 비장애인끼리만 즐긴 것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됐어요. 공연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느끼게 만들고 싶습니다."

15∼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음악극 '합★체'에는 등장인물 12명 말고도 5명의 출연자들이 더 무대에 오른다. 청각 장애를 가진 관객들을 위해 그림자처럼 배우와 함께 움직이며 연기를 수어로 전달하는 수어통역사들이다.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합★체'는 저신장 장애를 가진 아버지를 둔 고등학생 쌍둥이 형제 '합'과 '체'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무장애를 위해 기획된 이 공연은 수어통역사와, 극 중 전개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풀어내며 음성 해설 역할을 하는 인물 '지니'를 무대에 등장시킨다.

극 중 주인공들의 아버지는 저신장 배우 김범진(31)이 맡았다. 2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김범진은 "작은 키가 고민인 두 주인공을 보며 내가 결혼을 해 자식을 낳으면 내 자식들도 저렇게 생각할 날이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이와 상관 없이 아버지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범진과 함께 수어로 아버지를 연기하는 통역사는 안무가이자 무용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은혜 씨다. 무용을 전공해 움직임을 이용한 언어인 수어에도 관심이 생겨 공부하게 됐다는 그는 "수어는 하나의 또 다른 언어, 외국어와 같다고 보면 된다"며 "글로 된 대본의 의미를 정확하게 분석해 수어로 다시 표현하는 과정을 재밌게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무장애 공연을 준비하는 것은 다른 공연을 준비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게' 어렵다고 털어놨다.

김범진은 "왜소증 장애를 가진 당사자지만 시각, 청각 등 다른 장애에 대해선 나조차도 잘 모르는 게 많다"며 "무장애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몰랐던 점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무장애 공연이 아직 확실히 자리 잡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공연도 하나의 자료로 남아 무장애 공연이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정은혜 씨는 "굉장히 어렵지만 도전할 가치가 충분한 일"이라고 말했다.

"공연의 접근성을 담당하는 매니저께서 '정말로 모두를 위한 배리어프리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모든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들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은 이상향이지만, 왜 이런 표현과 수단이 필요한지 알아가는 과정 자체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작품 속 아버지는 작은 키로 사람들 앞에 서 공을 굴리고 저글링과 묘기로 돈을 버는 예능인이다. 가지각색의 여러 공들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는 어린 두 아들에게 "너희들은 이런 공 말고 너희만의 좋은 공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김범진은 이 대사의 의미에 대해 "사실 자신은 좋은 공을 찾지 못했다는 고백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버지가 자란 시대에선 아버지 같은 사람을 위한 좋은 공을 찾을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두 아들만큼은 어떤 고난과 역경이 있어도 좋은 공을 가지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죠."

공이 어떤 모양이든, 가장 중요한 건 떨어져도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는 탄력성이 있어야 좋은 공이라고 아버지는 강조한다.

아버지처럼 작은 키에 머물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합'과 '체'는 중요한 것은 어떤 시련에도 주저앉지 않고 결국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탄력성, 즉 내면의 힘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진정한 성장을 이룬다.

김범진은 "청소년기에는 '하면 안 된다'고 정해진 것들이 많은데, 이 공연을 보고 그런 것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울어도, 화내도, 기뻐해도 다 괜찮고 틀리지 않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왜냐하면 어차피 다 성장할 거니까요. 공연을 본 청소년들이 이걸 느끼고 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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