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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 [창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유럽문명의 허와 실 가려낸 '문명의 모자이크 유럽을 가다'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 시리즈 첫권 '북유럽'편 펴내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인류사는 지난 5천여 년 동안 30여 개의 문명을 탄생시켰다. 1천500여 년에 걸쳐 꽃이 핀 유럽문명은 이 가운데 비교적 후발한 문명이라 할 수 있다.
유럽문명이 근현대의 '선진' 문명, '중심' 문명으로 급부상하게 된 비결은 교류를 통해 앞선 문명의 다양한 요소를 흡수해 동화한 데 있었다. 이질적 문명 요소들이 다채롭고 찬란한 유럽문명을 새로 탄생시킨 것이다.
대표 사례가 유럽문명의 정신적 기둥인 기독교로, 서아시아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유입됐다. 유럽 사상과 문화의 양대 근간인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 역시 발상지와 성숙지는 서아시아 일원이었다.
인문사학자인 정수일(87)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은 이런 유럽문명의 융합적 성격을 무시한 채 근현대 유럽의 식민지 지배와 산업화에서 비롯한 세계적 부의 독식을 곧장 유럽문명의 선진성으로 연결하고 세계에 대한 유럽의 부정적 영향은 무시해왔다고 지적한다.
그 적나라한 예가 서양사 서술체제다. 유럽의 지정학적 경계를 확대 포장해 '전혀 무관한 아랍-이슬람사를 서양사 몇 군데에 양념 치듯 대충 끼워 맞춰 서술'한다는 것이다.
"내로라하는 서양사 명저들을 펼쳐봐도 엉뚱하게 '오리엔트'란 이름으로 고대 아랍사(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역사)를 유럽사의 서장쯤으로 둔갑시키고, 이슬람세계의 성립으로 암흑 속에서 헤매던 중세 유럽세계의 성립을 환치하다가 근세에 들어서는 아랍-이슬람세계를 아예 다루지도 않으니, 누가 봐도 얼토당토않은 역사 서술체계라 아니할 수 없다."
이에 정 소장은 문명담론의 실질적 발원지인 유럽의 실상을 점검키로 결심하고 2017년에 총 48일 동안 현장 탐사에 나섰다. 근현대 세계사의 중심이자 선진 문명으로 자리 잡아온 유럽문명의 허와 실을 가려보자는 취지에서였다. 그 첫 결과물이 '문명의 모자이크 유럽의 가다 1: 북유럽'. 유럽 15개국 답사의 여정을 담은 시리즈는 이번 북유럽 편에 이어 동유럽, 중유럽, 서유럽 편이 출간될 예정이다.
북유럽 편이 살핀 나라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4개국이다. 한랭한 기후와 척박한 자연환경, 19~20세기 역사의 격랑 속에서 이들은 어떻게 세계가 손꼽는 청렴·복지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을까? 높은 사회적 신뢰와 복지 수준은 어디서 비롯했으며, 한반도의 현실을 타개하는 데 얻을 만한 교훈은 무엇일까?
19세기 입헌군주제 도입과 대대적인 관료제 개혁을 단행했던 스웨덴은 지금도 공직자의 반부패를 강력한 무관용 정책으로 실천하며 청렴사회 건설에 힘쓰고 있다. 1938년에는 노사정 대타협으로 자본가의 복지개혁 동의를 얻어내며 스웨덴식 복지 모델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GDP(국내총생산)의 9%를 차지하는 국가 의료비 지원, 자녀가 16살이 될 때까지의 보육 지원, 대학을 포함한 전반적 무상교육, 사회적 소득격차를 최소화하는 연대임금제와 실업자·창업자에 대한 탄탄한 지원체계 등 선진 복지제도의 기본이 1950년대 초반에 이미 완비됐다. 그 바탕이 된 것은 타협과 협력, 타인과의 조화와 공존의 정신이다.
북유럽에서도 소국에 속하는 핀란드는 지정학적으로 스웨덴과 러시아의 틈바구니에 끼어 700여 년의 식민통치를 겪었고, 1950년대까지 인구 절반이 1차산업에 종사하는 후진 농업국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에 복지국가 건설을 시작한 이래 산업구조를 적극 개편해 첨단산업의 시장경쟁력을 높였고, 1970년대 초부터 불과 30년 만에 경제·교육·삶의 질과 시민의 자유, 국민행복지수, 반부패국가지수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름을 올렸다
저자는 핀란드의 주요 성장 동력을 사우나가 상징하는 소박한 안정과 행복 추구, 국민음악가 잔 시벨리우스가 상징하는 단합된 민족의식, 인내·용기·회복탄력성 등에서 찾는다. 그리고 강대국의 틈에서 2차대전 이후 80여 년 동안 독자적으로 개척해온 핀란드식 중립외교도 높이 평가한다.
이와 함께 덴마크의 박물관에서 서울 암사동의 빗살무늬토기와 유사한 토기를 포착해 빗살무늬토기대에 대한 통설을 재고하고, 노르웨이 피오르 사이 마을에서는 몽골초원의 것과 유사한 봉석분을 잡아내기도 한다.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에서 태어난 정 소장은 옌볜고급중학교와 베이징대학 동방학부를 졸업하고 이집트 카이로대학 인문학부에서 중국의 국비연구생으로 수학한 뒤 중국 외교부와 모로코 주재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또한 평양국제관계대학과 평양외국어대학 동방학부 교수, 튀니지대학 연구원과 말레이대학 이슬람아카데미 교수, 단국대 사학과 교수로 일하기도 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5년간 복역하고 2000년 출소한 정 소장은 '신라·서역교류사', '실크로드학', '고대문명교류사', '이슬람문명', '민족론과 통일담론' 등 많은 책을 썼다.
창비. 484쪽. 2만8천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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