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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던 트러스트 우승 확정한 직후 토니 피나우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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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 바라보는 피나우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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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니 피나우 [AP=연합뉴스] |
1천975일 기다림 끝에 우승했는데…피나우의 차분한 세리머니
노던 트러스트서 통산 2승…미니 투어 시절 생각하며 '단골 2위' 고충 털어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토니 피나우(31·미국)가 통산 두 번째 우승을 거두기까지 5년 5개월, 정확히 1천975일이 걸렸다.
유독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다.
피나우가 통산 2승을 거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노던 트러스트는 원래 한국시간으로 23일 우승자가 정해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허리케인 '헨리'가 미국 동북부 지역을 강타하면서 일정이 24일로 하루 연기됐다.
비는 쉽게 그치지 않았다. 대회가 열린 미국 뉴욕주 저지시티의 리버티 내셔널 골프 클럽의 잔디를 정비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결국 노던 트러스트 최종 4라운드는 예정된 시간보다 4시간 늦게 시작했다.
끝나는 시간도 늦어졌다. 연장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피나우는 4라운드에 6언더파 65타 맹타를 치면서 최종합계 20언더파 264타로 선두에 오른 채 대회를 마쳤다.
캐머런 스미스(호주)도 똑같이 20언더파를 쳐서 피나우와 공동 선두가 됐다.
다행히 연장전은 쉽게 승부가 났다. 피나우가 티샷을 페어웨이에 올린 반면 스미스는 옹벽 밖으로 공을 보내 아웃오브바운즈(OB)가 났다. 피나우는 차분히 파로 마무리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피나우가 PGA 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은 2016년 3월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 첫 승을 거둔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피나우는 준우승만 8번만 거뒀다. 승운이 없는 선수라는 꼬리표가 피나우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우승 퍼트를 넣고 난 뒤 피나우는 계속 차분했다. 환호성을 지르거나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도 없었다.
컵 속의 공을 꺼낸 피나우는 모자를 벗고 주먹을 잠시 불끈 쥐었다. 그리고 스미스에게 다가가 악수를 했다. 얼굴에는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캐디와도 인사를 마친 피나우는 고개를 젖혀 하늘을 봤다.
사실 피나우는 우승이 없어도 행복하게 골프를 치는 선수였다.
메이저대회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 기간인 지난달 16일에 실린 뉴욕타임스 인터뷰 기사에서 피나우는 거듭된 준우승으로 마음이 힘들었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답했다.
"나는 7년 동안 미니 투어에서 골프를 쳤다. 뛸 대회도 없고 돈도 벌지 못할 때의 맛이 어떤지 알고 있다. PGA 투어에서 2위를 한다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PGA 투어 밖의 현실과 비교한다면 힘들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피나우는 사람들이 자신의 우승에 관심을 두듯 자신도 우승을 원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PGA 투어의 인기 선수'로 꼽히는 피나우는 미국인이지만 폴리네시아의 통가와 사모아 혈통을 물려받았다.
어릴 때 가족과 함께 불을 붙인 칼을 던지며 춤추는 공연을 했었고, 지금은 하와이 출신 아내 알레이나와 함께 5명의 자녀를 뒀다.
지역이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골프의 꿈을 키우던 피나우는 17세이던 2007년 농구 장학생 제안을 거절하고 프로의 길을 걸었고, 미니 투어를 거쳐 2015년 PGA 투어에 입성했다.
노던 트러스트 우승 후 피나우는 "정말 특별하다. 첫 승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우승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오랜 기다림으로 나는 완전히 다른 골프 선수가 됐다"며 "쉽게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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