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집행 실익 떨어진다는 기장군, 관광객 방치할지 고민해야
![]() |
▲ 부산 인기 명소 해동용궁사 찾은 관광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 |
▲ 개당 3천원 어묵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
![]() |
▲ 해동용궁사 앞 노점 [차근호 기자] |
![]() |
▲ 해동용궁사 앞 노점 [차근호 기자] |
[현장in] 연간 39만명 찾는 부산 해동용궁사 앞 무허가 노점 '골머리'
반복되는 고발·이행과징금에도 배짱 영업…바가지 가격 논란 촉발
대집행 실익 떨어진다는 기장군, 관광객 방치할지 고민해야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고려 말 공민왕의 스승이자 불교계 거목인 나옹선사가 지은 '청산가'의 한 구절이다.
부산 기장군 해동용궁사를 찾아가면 표지석에서 이 시조를 만날 수 있다.
8일 부산시 향토문화대전에 따르면 고려시대 대가뭄이 들었을 때 나옹선사의 꿈에 용왕이 나타나 "봉래산 끝자락에 절을 지어 기도하면 비가 내리고 나라와 백성이 평안할 것"이라고 말해 용궁사가 지어졌다고 한다.
해동용궁사는 이후 임진왜란으로 소실됐다가 1930년 통도사 운강 스님이 중건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해동용궁사는 산속에 들어선 여느 사찰과 달리 바닷가 절벽 위에 세워져 있다.
그래서 흔히 '바닷가를 품은 절'로 불리며, 낙산사·보리암과 함께 한국의 3대 관음 성지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이 사찰의 이름이 종교적 의미가 아니라 '3천원짜리 어묵' 논란으로 세간에 오르내렸다.
해동용궁사가 앞 노점에서 한 유튜버가 촬영한 '바가지 어묵 가격' 영상이 며칠 만에 조회수 600만회를 넘기며 확산했고, 다른 여러 논란과 맞물려 대통령까지 주목하게 했다.
이에 기장군은 최근 점검에 나서 해당 어묵 판매점을 포함한 노점 15곳을 식품위생법상 '무신고 업소'로 경찰에 고발했다.
부산 대표 관광지 앞이 무신고 노점들로 들어차 있다는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사실 이 노점들은 1990년대부터 존재해 왔다.
1999년 기장군이 해동용궁사 앞 무허가 음식점 6곳을 철거하겠다고 나섰다가 반발을 샀다는 기록이 확인된다.
2000년대 들어 부산 시티투어 코스에 해동용궁사가 포함되고 오시리아 관광단지가 조성되면서 관광객이 몰리자 노점 규모도 커지고, 기념품점, 카페, 편의점 체인까지 다양하게 생겨났다.
지난해 해동용궁사 방문 관광객 수는 39만명에 이른다.
문제는 이곳이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점이다.
대다수 시설이 위반 건축물이어서 식품위생법상 영업 신고조차 불가능하다.
무신고 상태라 가격표시 위반에도 행정기관은 시정명령이나 영업정지를 내릴 수 없다.
고발해도 업주들이 벌금을 내고 영업하면 그만이다.
기장군 관계자는 "위반 건축물에 대한 과징금은 토지 면적과 지가에 따라 다르지만 많게는 1천만원 이상 부과된다"면서 "과징금은 노점 행위자에게 부과되는데, 행위자가 바뀔 때마다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왜 강제 철거를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공공의 부지나 도로에 노점이 있다면 공익을 위해 대집행 등을 할 수도 있지만, 이곳은 사유지에 있는 위반 건축물이다 보니 대집행할 경우 실익이 떨어진다"라고 답변했다.
행정은 그동안 법적 위험이나 논란을 피하려 했고, 노점은 벌금을 감수하고라도 이익을 취하려 했다.
이렇게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무신고 영업은 수십 년째 이어져 왔다.
이번 '3천원 어묵 사태'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부산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바가지 논란이 아니라 무신고 노점을 방치해온 행정의 책임과 관광지의 신뢰 문제까지 드러낸 사건"이라면서 "관광객들을 불신과 위험 속에 계속 방치해야 할지 행정이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답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