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들도 어깨춤 '덩실'…음악으로 펼치는 신명나는 윷놀이판

김용래 / 2022-09-01 16: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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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 '이음 음악제' 22~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서
손일훈·이재준 등 젊은 작곡가 10명 창작곡 초연…"국악·서양음악 시너지"
▲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국립극장 [국립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주자들도 어깨춤 '덩실'…음악으로 펼치는 신명나는 윷놀이판

국립국악관현악단 '이음 음악제' 22~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서

손일훈·이재준 등 젊은 작곡가 10명 창작곡 초연…"국악·서양음악 시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도요! 개요! 걸이요! 났다! 업는다~!"

가야금의 선율 속에 연주자 네 명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피리를 불며 혼자서, 둘이서, 셋이서, 때로는 넷이서 한꺼번에 일어나 음악으로 신명 나는 윷놀이판을 펼친다.

1일 오전 서울 남산 자락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습실에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곡 '윷놀이, 모 아니면 도'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분명히 음악은 음악이고, 또 국악기가 중심이 돼 연주하는 국악관현악곡인데, 지휘자와 단원들이 무대 위에서 벌이는 '음악으로 하는 한판 신명 나는 윷놀이'에 가까웠다.

피리 연주자 각자의 판단에 따라 즉흥 연주가 이뤄지며 도·개·걸·윷·모의 결과가 달라진다. 파트별 악기의 움직임과 선율이 놀이의 진행과 윷놀이 결과에 따른 변수에 맞춰 매번 다른 연주가 펼쳐진다. 타악기 주자들은 결과나 나올 때마다 "도요!", "걸이요!", "났다!", "업는다!" 등의 추임새를 넣어 흥을 더하고, 점수를 낸 피리 연주자들은 일어나 기쁨의 어깨춤도 춘다.

이 곡은 서양음악을 바탕으로 현대 음악 작품활동을 해온 작곡가 손일훈(32)이 만든 '음악적 유희 시리즈'(Musical Game Series)의 하나인 '윷놀이, 모 아니면 도'다. 3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장르 간 경계를 뛰어넘고 음악을 넘어선 '음악 놀이'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한 재기발랄한 작품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김성진)은 이 곡을 비롯한 젊은 작곡가 10명의 국악관현악 창작곡을 오는 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2022 3분 관현악' 무대에서 초연한다.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 기획자문, 클래식앙상블 클럽M의 상주작곡가 등으로도 활동 중인 손일훈은 이날 연습 장면 공개 후 이어진 기자 간담회에서 현대음악 작곡가로서 국악을 통한 새로운 실험에 즐겁게 임했다고 했다.

"학교 다닐 때 국립국악관현악단 연주회를 많이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국악 경험은 한 번도 없었어요. 서양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함부로 건드리기 두려운 영역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았습니다. 단원과 예술감독, 지휘자, 자문위원까지 모두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제시하셔서 저도 의욕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연습현장 공개에서는 손일훈의 곡 외에도 최한별의 '유니뻐스', 이재준의 '辛(신)라면 협주곡 라면', 홍민웅의 '화류동풍'의 리허설도 함께 진행됐다.

특히 국악 작곡가인 이재준의 '라면'은 라면을 조리하고 먹는 과정을 3분짜리 국악관현악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위트가 돋보였다. 오는 30일 무대에서는 연주와 함께 가야금 연주자 박소희가 라면을 끓이는 퍼포먼스도 할 예정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하는 '3분 관현악' 연주회는 신진 작곡가들을 발굴하고 우리 국악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의 확장을 모색하는 야심 찬 기획이다.

3년 전에 국악 작곡가 10명의 작품을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서양음악과 국악 작곡가 비율을 5:5로 맞췄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배경과 경로를 거쳐온 국악과 현대음악 작곡가들이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창작욕을 자극하며 창작이 이뤄졌다고.

국립국악관현악단 김성진 예술감독은 "다음번에는 (국악관현악곡 위촉에) 외국 작곡가들 10명을 불러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면서 "이런 다양한 시도 속에 국악관현악이라는 플랫폼 속에서 우리 음악으로 세계가 시선을 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30일 '3분 관현악' 무대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오는 22~30일 여는 '이음 음악제'의 마지막 차례로 마련된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이음 음악제'는 24명의 작곡가, 4명의 지휘자, 280여 명의 연주자가 참여하는 창작 음악 축제로, 22일 '비비드: 음악의 채도', 25일 '2022 오케스트라 이음', 26일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의 공연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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