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로 모시 짜고, 개인 박물관 만들고…미리 본 문화재의 미래

김예나 / 2022-09-15 17:03:02
  • facebookfacebook
  • twittertwitter
  • kakaokakao
  • pinterestpinterest
  • navernaver
  • bandband
  • -
  • +
  • print
경주서 막 올린 '문화재산업전'…VR·메타버스 등 신기술 집합
▲ VR로 배우는 '한산 모시짜기' (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5일 경북 경주 보문단지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 국제문화재산업전'에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관계자가 전통 베틀 교육용 가상현실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2022.9.15 yes@yna.co.kr

▲ VR로 체험하는 수중발굴 (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5일 경북 경주 보문단지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 국제문화재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수중발굴 가상현실(VR)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2022.9.15 yes@yna.co.kr

▲ '메타버스 신라 박물관' (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5일 경북 경주 보문단지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 국제문화재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신라 박물관 콘텐츠를 보고 있다. 2022.9.15 yes@yna.co.kr

▲ 2022 국제문화재산업전 둘러보는 최응천 문화재청장 (서울=연합뉴스)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15일 오후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 국제문화재산업전' 개막식에 참석해 참여기업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2022.9.15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VR로 모시 짜고, 개인 박물관 만들고…미리 본 문화재의 미래

경주서 막 올린 '문화재산업전'…VR·메타버스 등 신기술 집합

(경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헤드셋을 쓴 남성이 자리에 앉자 화면 너머에 베틀이 등장했다. 모시를 짜는 전통 방식의 베틀 그대로였다.

몇 번 동작을 따라 하던 그가 전용 컨트롤러를 움직이자 베틀의 '북'이 왔다 갔다 했다.

왼손과 오른손, 거기에 오른발까지 다섯 번 움직이자 베틀에 앉아 날실과 씨실을 엇갈려서 치는 한 과정이 끝났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인 '한산모시짜기'를 가상현실(VR)로 배우는 순간이었다.

김기홍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선임연구원은 "실제 한산 모시관을 모습 그대로 전통 베틀을 교육할 수 있는 VR 콘텐츠를 약 1년간 개발해왔다"며 "입체적으로 무형유산의 명맥을 잇는 의미"라고 말했다.

15일 경북 경주에서 막을 올린 '2022 문화재산업전'은 이처럼 문화재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문화재의 '내일'을 미리 만나는 자리였다.

역대 최대 규모인 93개 기관(총 298개 전시홍보관)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VR은 물론, 확장 가상 세계(메타버스), 디지털 헤리티지 등 최신 문화재 산업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최신 기술을 활용한 체험 공간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回甲) 잔치 모습을 담은 '봉수당진찬도'(奉壽堂進饌圖)를 3차원으로 시각화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그간 '봉수당진찬도'를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한 적은 있으나 국왕과 혜경궁에 관한 의전, 음악을 연주하는 악공(樂工) 등을 상세히 고증해 메타버스 콘텐츠로 개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수중발굴 VR 체험존, 국립문화재연구원의 황룡사 중문·남회랑 증강현실(AR) 체험존에는 헤드셋이나 태블릿 기기를 들고 직접 체험하는 이들이 많았다.

나만의 '디지털 박물관'을 만들어보는 체험도 주목할 만했다.

징검다리커뮤니케이션은 원하는 그림을 골라 자신만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 행사를 선보였다. 그림을 선택한 뒤 '설치' 버튼을 누르면 끝이었다.

업체 관계자는 "지난 4월에 프로그램을 개발한 뒤 5개월 정도 됐는데 자신만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만든 사례가 1천건 정도"라며 "전시 전용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누구나 큐레이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신 기술은 아니더라도 우리 전통을 지키며 한길을 걷는 업체들도 눈길을 끌었다.

전통 안료를 생산하는 가일전통안료의 김현승 대표는 홍보관을 찾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색의 전통 안료를 소개하며 최근 문화재 보수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문화재 분야 기관이나 업체 관계자들이 많았으나, 일반인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행사장 곳곳을 돌며 스탬프를 찍는 현장 이벤트는 약 3시간 만에 80명가량 참여하기도 했다.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의 이벤트 코너는 오후 3시 무렵 '조기 마감'하기도 했다.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3학년인 대학생은 "수업 과제도 할 겸 학과 선배가 일하는 이야기도 들으려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문화재청이나 국립연구소에서 운영하는 부스는 다 둘러볼 것"이라고 했다.

8살, 6살 두 자녀를 데리고 온 이영주(37) 씨는 "경주에 살다 보니 행사 소식을 여러 차례 접했다"며 "문화재 활용이나 보존 관련 사업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번 국제문화재산업전은 17일까지 이어진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국민들이 문화유산 관련 아이디어를 낸 '2022 문화유산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다. 수상작은 전시회를 통해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앞으로의 문화재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적극적인 형태의 활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문화재 산업화에 필요한 여건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