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극 주연 맡은 류정한 "가장 인간적인 맥베스 보여줄게요"

임지우 / 2022-11-15 17: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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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차 대표 뮤지컬 배우…'맥베스 레퀴엠'으로 20여 년 만에 연극 도전
▲ 연극 '맥베스 레퀴엠' 제작발표회 [국립정동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배우 류정한 [국립정동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극 '맥베스 레퀴엠' 제작발표회 [국립정동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첫 연극 주연 맡은 류정한 "가장 인간적인 맥베스 보여줄게요"

25년차 대표 뮤지컬 배우…'맥베스 레퀴엠'으로 20여 년 만에 연극 도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25년간 무대에 오르며 연극에 대한 막연한 경외심이 있었어요. 배우가 순수하게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자신을 보여주는 장르라고 생각했죠. 두렵기도 했지만 이번에 용기를 내지 않으면 다시는 할 수 없을 것 같아 연극 무대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한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1세대 뮤지컬 배우 류정한이 20여 년 만에 연극에 도전한다.

다음 달 1∼31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맥베스 레퀴엠'에 주인공 맥베스 역으로 출연하는 류정한은 15일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지금의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맥베스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데뷔한 류정한은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엘리자벳', '스위니 토드', '드라큘라' 등 대형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국내 초연에서 주연을 도맡아왔다.

국내 1세대 뮤지컬 배우로 어느덧 51세의 중견 배우로 자리 잡았지만, 그간 뮤지컬이 아닌 연극 무대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2000년 연극 '세 자매'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뒤로는 연극에 출연하지 않았던 그는 "연극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있었지만 겁이 났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린 시절 연극 무대에서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며 "그간 여러 제의도 있었지만 두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류정한의 연극 주연 도전작인 '맥베스 레퀴엠'은 국립정동극장이 매년 배우 한 명을 선정해 그의 철학과 인생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공연이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맥베스'를 1920년대 스코틀랜드 국경 인근의 한 재즈바를 배경으로 새롭게 각색했다.

작품의 선정부터 대본, 연출 등 작업 전반에 참여해 온 류정한은 "50대가 되니 맥베스를 더 이해하게 됐고 인간적으로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 선정 이유를 밝혔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마지막에 발표된 '맥베스'는 마녀의 예언에 현혹된 맥베스 장군이 왕을 살해하고 왕좌에 오르지만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파멸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인간의 탐욕과 욕망, 그리고 양심의 문제를 밀도 있게 다룬 고전으로, '맥베스 레퀴엠'은 현대적 각색과 음악을 더해 지금의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맥베스를 만들어냈다.

류정한은 "공허, 결핍, 욕망 등 여러 감정들을 겪다 보니 우리 누구나 맥베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광기 어린 욕망의 맥베스보다는 역대 가장 찌질하고, 좋게 말하면 인간적인 맥베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베스는 잠을 잘 수 없다'는 작품 속 대사처럼 매일 밤 연기 고민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그는 "맥베스와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지금 시대를 관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고, 누구나 맥베스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박선희 연출가는 "과연 맥베스를 욕망으로 인해 파괴된 사람이라며 마냥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며 "무서운 사람이 아닌 불쌍하고 안된 맥베스를 그려보고 싶었고, 음악을 적극 활용해 맥베스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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