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주 "K-팝페라 시대 열고 싶어…그래미 수상할 날 기대"
이태수
2026-10-29 04:00:00
"일상 문화 꽃피워야 K-컬처 시대 지속…예술 행정가로 '인생 2막' 준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저는 K-팝페라 시대를 열고 싶어요. 우리나라 팝페라 후배 가수들도 미국 '그래미 어워즈'에서 수상하고, 빌보드 크로스오버 차트를 정복할 날이 올 겁니다."
팝페라 테너 임형주(40·용산문화재단 이사장)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다음 달 13∼14일 '임형주와 함께하는 K팝페라 페스티벌 인(in) 용산'(이하 K팝페라 페스티벌)을 선보인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용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용산아트홀 재개관을 기념해 마련된 것으로, 임형주를 비롯해 포르테 디 콰트로의 김현수·이벼리, 듀에토의 백인태, 인기현상의 곽동현, 에델라인클랑의 안세권, 포르테나의 서영택, 구본수, 최용호 등 유명 팝페라 스타들이 출연한다.
임형주는 28일 서울 용산문화재단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제가 1998년 1집을 낼 때만 해도 팝페라 혹은 크로스오버라는 장르가 '세미 클래식'이라고 불렸다. 제 이름 석 자 알리기도 힘들었는데 팝페라라는 장르를 함께 소개해야 했다"며 "그런데 요즘 후배들의 팝페라는 전 세계에서 K-컬처의 하나로 당당히 알려지고 있다. 부럽고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팝페라의 시초를 안드레아 보첼리나 사라 브라이트만으로 알지만, 이들은 팝페라가 유명해진 기폭제"라며 "실은 1985년 영국 일간지 데일리 익스프레스가 키메라(본명 김홍희) 선생님의 리뷰를 하면서 처음 팝페라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팝페라의 종주국은 대한민국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K'가 붙으면 프리미엄이 되는 시대"라며 "팝페라 앞에도 'K'를 붙일 수 있겠다 싶어 행사명을 'K팝페라 페스티벌'이라고 지었다"고 덧붙였다.
13일 오후 7시 30분 용산아트홀 소극장 가람에서는 존노 강남대 교수의 팝페라 특강이 마련되고, 이에 앞서 임형주가 한양대 출신 테너 이정현을 상대로 하는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한다.
14일 오후 6시에는 대극장 미르에서 이번 축제의 메인 행사 격인 'K팝페라 갈라콘서트'가 열린다.
임형주는 직접 예술 총감독을 맡았고, 김현수가 예술감독으로 레퍼토리와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공연 티켓은 일부 소량을 제외하고는 전석 매진을 앞뒀다.
임형주도 '노 개런티'로 출연해 대표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와 '아베 마리아'를 들려주고, 마지막에 모든 출연자와 함께 조수미의 '챔피언스'(Champions)를 부른다.
임형주는 "요즘 우리나라가 정치 성향 혹은 이데올로기에 따라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있는데, 이번 축제가 K-컬처 르네상스 시대 문화로 대한민국이 하나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한 "풀뿌리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풀뿌리 문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일상의 문화를 꽃피워야 K-컬처의 시대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용산문화재단이 그러한 K-컬처의 전초기지가 됐으면 한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팝페라 축제라고 해서 팝페라 장르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출연진들은 나태주의 시에 곡을 붙인 한국 가곡 '그 말'을 비롯해 록, 트로트 같은 다양한 장르에 버무린 팝페라를 풍성하게 들려준다.
임형주는 "팝페라 하면 떠오르는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혹은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말고도 다채로운 음악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1998년 독집음반으로 데뷔한 임형주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 '행복하길 바래', '하월가' 등 28년간 여러 대표곡을 발표하며 '팝페라 선구자'로 불렸다.
2003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식에서 최연소로 애국가를 독창해 주목받았고, 미국 뉴욕 카네기홀 공연과 나루히토 일왕 초청 무대, 평창동계올림픽 패럴림픽 개막식 공연 등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했다. 미국 그래미 어워즈 투표인단으로도 활동 중이다.
'K팝페라 페스티벌'은 지난해 용산문화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아 예술 행정가로 변신한 그가 처음으로 진두지휘해 치르는 대형 축제다.
임형주는 "내년이면 데뷔 30년째가 된다"며 "지금까지는 저 스스로를 위해 노래했다면, 앞으로는 남을 위해 활동하는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축제는 이를 위한 중요한 터닝 포인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가 밝힌 '인생 2막'이란 바로 문화 현장에서의 경험을 십분 살린 예술 행정가로서의 삶이다.
그는 세계적인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인 장한나 예술의전당 사장을 언급하며 "문화예술인이라고 해서 예술 행정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예술가 출신 행정가가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형주는 "예술 행정가로서 후배 팝페라 가수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소명 의식이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한 2년 임기를 거론하며 "연임에 대해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사업을 지속성 있게 펼쳐내려면 임기가 담보돼야 한다. 2년은 정말 짧다. 3년은 돼야 제가 했던 약속들을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형주는 2028년 데뷔 30주년을 계기로 팝페라 테너에서 예술 행정가로의 전면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그의 말을 빌리면 "박수칠 때 내려가는 것도 미덕"이기 때문이다.
임형주는 내년 세계 각국을 도는 월드투어를 여는 등 30주년까지는 왕성하게 활동하고, 이후부터는 단독 앨범을 내지 않고 독창회도 일 년에 한 차례 정도만 자선 공연 형식으로 열 계획이다. 그는 이에 대해 "아름다운 전설로 남고 싶은 게 소망"이라고 했다.
용산문화재단은 다음 달 20일에는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이탈리아 만토바 체임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위드(with) 테너 임형주'를 연다. 공연명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오랜만에 정통 클래식 바로크 음악을 들려준다.
임상우 용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용산아트홀을 국립극장이나 세종문화회관 같은 자체 레퍼토리를 갖춘 극장으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며 "'K팝페라 페스티벌'은 이를 위한 첫 번째 시도다. 자체 콘텐츠가 쌓이다 보면 레퍼토리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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