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대마초, 2천800년전 시베리아 장례서 향정신성 물질로 사용돼"

이주영

2026-11-06 04:00:02

스위스·獨 연구팀 "왕족 무덤서 대마초 씨앗·머리카락 속 대마초 성분 확인"
시베리아 남부 한 왕족 무덤에서 발견된 땋은 머리 이 머리카락에서 대마초의 주요 향정신성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의 산화 생성물인 칸나비놀(CBN)이 검출됐다. [Frozen Corpses Golden Treasures, T.Wallace & G. Caspar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2천800년 전 시베리아 남부의 한 왕족 무덤에서 대마초 씨앗과 함께 대마초 성분이 남아 있는 사람 머리카락이 발견됐다.

이는 고대인들의 장례 의식에서 대마초를 정신작용 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직접적인 증거로 평가된다.

스위스 베른대와 독일 막스 플랑크 지구인류학연구소(MPIG)의 지노 카스파리 박사팀은 6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시베리아 남부 투바 공화국에 있는 왕족 무덤 툰눅 1(Tunnug 1) 유적에서 나온 대마초 씨앗과 사람의 머리카락을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카스파리 박사는 "무덤에서 나온 대마초 씨앗과 대마 성분 흔적이 있는 머리카락은 고대인들이 문화적·의례적 활동에서 대마초를 향정신성 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연대가 밝혀진 가장 오래된 직접 증거"라고 말했다.

대마초는 기름과 섬유를 얻기 위한 작물로도 이용돼 왔고 의약·오락·의례 등 여러 목적으로 쓰였지만, 선사시대에 정신작용 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됐다는 직접적인 고고학 증거는 드물다.

연구팀은 꽃과 잎, 수지 등 대마초 주요 부위는 잘 부패해 유적에 남기 어렵다며 중앙아시아의 다른 유적에서도 약 2천500년 전 대마초 사용을 시사하는 흔적이 나왔지만, 식물과 인체의 화학적 흔적을 함께 확인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시베리아 남부 무덤에서 발견된 대마초 씨앗들 [Science / Caspari et al. 제공]

연구팀은 시베리아 남부 우윅 계곡(Uyuk Valley)에 있는 초기 스키타이 문화권의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왕족 무덤 중 하나인 툰눅 1(Tunnug 1) 유적을 조사했다.

무덤 중앙의 목조 매장 시설과 주변에서는 온전한 대마초 씨앗 965개와 부서진 씨앗 516개 등 모두 1천481개의 대마초 씨앗이 확인됐다. 씨앗은 길이 평균 2.62㎜로 크기가 작고 형태도 야생 대마초의 특징에 가까웠다.

씨앗 6개를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 분석한 결과 씨앗은 기원전 8세기 초, 약 2천800년 전에 매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연대 자료와 매장층 정보 등에서 밝혀진 무덤 조성 시기와 일치하는 것이다.

또 같은 무덤 중앙 매장실에서 나온 사람의 머리카락을 고분해능 질량분석법으로 분석한 결과, 모든 머리카락 시료에서 칸나비놀(CBN)과 일치하는 뚜렷한 화학적 신호가 확인됐다.

칸나비놀은 대마초의 주요 향정신성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이 산화되면서 생성될 수 있는 물질이다. 머리카락에서는 THC와 질량이 일치하는 약한 신호도 검출됐다.

연구팀은 대마초 씨앗과 대마초 관련 화학물질이 남아 있는 머리카락이 동일한 무덤에서 나온 것은 당시 사람들이 장례 의례에서 대마초를 향정신성 효과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대마초 관련 화학물질 칸나비놀(CBN)이 검출된 무덤 속 머리카락 [Science / Caspari et al. 제공]

다만 머리카락의 화학물질은 대마초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용자의 연기 등에 노출돼도 남을 수 있다며 머리카락 분석만으로는 대마초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연기를 들이마셨는지 먹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용 방법을 확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대마초의 THC 함량이나 고대인이 활성 성분이 높은 개체를 선별·재배했는지 등은 알 수 없지만 이번 발견은 대마초의 향정신성 사용을 보여주는 현재까지 가장 오래되고 연대가 확실한 직접 증거라고 강조했다.

카스파리 박사는 "무덤에서 발견된 일부 대마초 시료의 염기서열 분석을 이미 시작했다"며 "DNA가 매우 잘 보존돼 있어 조만간 이 식물의 작물화와 확산 역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Science, Gino Caspari et al., "Direct evidence for psychoactive cannabis use 2800 years ago", http://dx.doi.org/10.1126/science.aeg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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