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낙지·소라 잡으려다 사람잡는 해루질"

성연재

2026-10-31 08:00:11

2021년부터 모두 99명 사망…목숨과 어민 잡아
불법 포획한 해산물을 살펴보는 해경 [SNS 캡처]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바다에 있는 소라와 전복은 주인이 없는 줄 알았어요."  

최근 경북 영덕 대탄항에서 가족과 함께 스노클링을 즐기던 관광객 A씨는 경찰차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방파제 인근에서는 해양경찰이 해루질하던 B씨를 붙잡아 놓고 그가 잡은 해산물을 살피고 있었다.  

해경에 따르면 당시 B씨는 뿔소라 수십㎏을 채취하면서 전복 수십 마리를 숨겨 반출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복은 현장에서 바다로 돌려보냈다.

현장을 목격한 A씨는 "스노클링하며 해산물을 채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일부는 단속을 피해 채취물을 숨겼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저 사람은 올 때마다 저렇게 잡아간다."

한두 번이 아니라는 인근 주민의 반응이다.

관광객에게는 하루의 즐거움이지만, 어민에게는 하루하루 쌓이는 피해라는 뜻이다.

바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렇다고 바닷속의 모든 것이 먼저 발견한 사람의 차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촌계가 종패를 뿌리고 오랜 시간 관리해온 전복과 해삼은 누군가의 노동이 투입된 생산물이다.

허락 없이 가져가는 행위는 자연을 즐기는 취미가 아니라 타인의 생계를 침해하는 일이다.  

더구나 전복은 양식 여부와 관계없이 채취 시기와 크기를 제한받는다.

물론 모든 해루질객을 불법 채취자로 몰아서는 안 된다.

허용된 장소에서 규정을 지키며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일부의 무분별한 채취가 해루질 전체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해루질이 남기는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남의 생계가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

지난 12일 오후 11시 31분께 전북 부안군 하섬 인근 해상에서는 야간 해루질에 나섰던 4명이 강한 조류에 밀려 고립됐다.

이미 밀물이 빠르게 들어오고 있었지만, 이들에게는 구조를 요청할 휴대전화조차 없었다.

다행히 인근에 있던 한 부부가 수중 랜턴의 구조 신호를 발견하고 고립된 4명을 한 사람씩 안전지대로 옮겼다.

조금만 발견이 늦었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이처럼 극적으로 구조되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에게 행운이 따르지는 않는다.

지난 19일 국회에 제출된 해양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해루질 사고로 숨진 사람은 99명에 달한다. 연평균 17명꼴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인명피해 사고의 96%가 출입 통제구역 밖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위험하다는 표지판이 없는 곳이라고 안전한 바다는 아니라는 뜻이다.

사고를 줄이려면 개인의 주의만 강조해서는 부족하다.

갯벌은 육지처럼 보이지만 육지가 아니다.

조금 전까지 걸어왔던 길이 순식간에 물길로 변하고, 얕아 보이던 갯골이 돌아갈 길을 사라지게도 한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물 때만 맞으면 안전하겠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착각이다.

지난달 9일 영흥도에서 해루질하다가 실종된 60대 남성은 다음 날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장대운 인천해경서장은 "연안에서 활동할 때는 사전에 물때와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하는 등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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