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미술 5천년' 새 지평 꿈꾼 유홍준…소장품 논란에 불명예 퇴진

김예나

2026-10-21 13:49:19

"전 국토가 박물관" 답사 열풍 속 대중-문화유산 접점 찾으려 노력
참여정부 시절 문화재 행정 이끌어…공직 생활 중 구설 이어지기도
친일파 글씨 '셀프 출품'에 비판 거세…관람객 '700만 달성'
▲ 강연하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연계 '맛 대 맛'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2026.9.10 mjkang@yna.co.kr

▲ 강연하는 유홍준 관장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연계 '맛 대 맛'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2026.9.10 mjkang@yna.co.kr

▲ 국감 위원 질의에 답하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서울=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0.19 scoop@yna.co.kr

▲ 관람객 몰린 '국중박 분장 놀이'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중박 분장 놀이'결선 진출자 런웨이 행사에 관람객이 몰려 사전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2026.9.19 jjaeck9@yna.co.kr

▲ 국립중앙박물관 상반기 379만여명 찾았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의 올해 상반기 관람객이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15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시민 및 관광객들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문화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총 379만5천400명으로, 작년 상반기(271만6천323명)보다 39.7% 증가했다. 상반기 관람객이 300만명대를 기록한 건 박물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2024년 연간 관람객(378만8천785명)을 넘어섰다. 2026.7.15 ondol@yna.co.kr

▲ 사과하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서울=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인 소장품 전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6.10.19 scoop@yna.co.kr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 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26.6.30 jin90@yna.co.kr

▲ 한국인의 삶이 담긴 밥상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K-푸드의 뿌리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51개 기관이 협력해 488건 684점의 전시품을 선보인다. 2026.6.30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은 대한민국 역사·문화의 심장입니다. 시설, 유물, 사람 모두 최고의 수준에 있다는 자부심이 듭니다."

지난해 7월 국립중앙박물관의 새로운 수장이 된 유홍준 관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품어왔던 박물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으로 박물관에 세계적 관심이 이어지는 상황을 거론하며 'K-컬처의 뿌리'를 제대로 알리겠다고 했다.

유 관장은 특히 1970∼1980년대 국립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신)이 기획해 선보인 '한국 미술 5천년' 전시를 다시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약 40년 전 서구권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한국 전통문화를 각인시켰던 전시를 새롭게 꾸며 "K-문화 강국의 실체와 저력을 보여주는 전시"로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미술사학자인 유 관장은 오랜 기간 마음속에 뜻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 역사상 역대 최고령 수장으로서 'K-아트'의 뿌리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뜻은 취임 1년 3개월만에 사그라들게 됐다.

개인 소장품을 둘러싼 논란 끝에 21일 사의를 표명한 유 관장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온 미술사학자다.

그는 1990년대 펴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고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는 말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전국 곳곳을 누비며 유적과 유물을 여행하는 '답사 열풍'을 이끈 것도 유 관장이다.

'국토박물관 순례',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화인열전' 등 여러 저서를 펴내며 대중과 만나 온 그는 문화계 안팎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영남대 교수를 지내면서 대학 박물관장을 맡았고, 명지대에서는 국제한국학연구소장·문화예술대학원장 등을 지냈으며 2002년에는 박수근미술관 명예관장도 역임했다.

공직자의 길에 들어선 건 참여정부 시절이었다.

유 관장은 2004년 9월 문화재청(현재 국가유산청) 청장으로 취임해 약 4년간 문화재(현재 '국가유산'으로 명칭 변경) 행정 전반을 책임졌다.

그러나 공직에 있는 동안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2005년 강원 양양군을 휩쓴 산불로 녹아내린 낙산사 동종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종 내부에 유홍준 당시 청장의 이름이 새겨진 사실이 발견돼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2007년에는 경기 여주 효종대왕릉 일대에서 가스통 등을 반입해 관계자들과 식사를 한 사실이 알려져 문화유산 관리 책임자로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조선왕릉은 조선(1392~1897)과 대한제국(1897~1910) 시대에 조성된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무덤으로 국내에 있는 40기가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2008년 숭례문(정식 명칭은 국보 '서울 숭례문') 방화 사건 당시에는 부인과 함께 외유성 의혹이 있는 해외 출장 중이었다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청장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이애주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지내며 저술 활동을 해오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임명됐다.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끝에 관장직에 오른 터라 그 의미는 남달랐다.

유 관장은 2003년 국립중앙박물관장 개방형 공모에 후보로 신청했으나, 특정인 내정설을 비롯해 잡음이 이어지면서 결국 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20여년이 지나 박물관을 이끌게 된 유 관장은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며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관람객 650만명을 달성해 '세계 3위' 박물관 반열에 올려놓았다.

올해 관람객은 연간 700만명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이어 관람객 수로 '2위' 수준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찬물을 끼얹은 건 다섯 글자가 적힌 글씨였다.

특별전에 나온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다'(一飯是國恩·'일반시국은')라는 뜻의 글씨가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유물로 밝혀지면서다.

당초 박물관이 전시품을 부실하게 검증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논란이 됐다.

유 관장은 19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대한 불찰"이었다며 국민과 글씨 주인으로 알려졌던 애국지사 유족, 박물관 직원에 사과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문화계 안팎에서는 '셀프 추천·셀프 감정·셀프 전시' 논란에 책임지고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유 관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유 관장은 "모든 비판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며 "실추된 박물관의 명예를 바로 세우기 위해 관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물관 안팎에서는 당분간 후유증이 이어질 전망이다.

학예연구직으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80년 역사 속에서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지켜온 원칙, 자존심이 상처 났다"며 "재정비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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