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넘어까지 작업하다 떠나고파"…91세 조각가 김윤신의 꿈
박의래
2026-11-04 16:10:40
리만머핀 서울서 '새로운 연속'…회화·조각 등 35점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100살이 넘어서까지 작업하고 싶어요. 작업을 하다가 그 순간에 떠나는 게 제 꿈이에요. 그냥 작품을 많이 남기는 게 아니라 후손들이 먼저 간 작가의 정신이 어디에 담겨 있는지 느끼고, 거기서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도록 뭔가 하나 남기고 싶습니다."
한국 현대미술의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91)은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 점심부터 저녁까지 작업실에서 나무 작업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그림을 그린다는 그는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작품을 통해 후대에 자신만의 예술적 유산을 남기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윤신의 개인전 '새로운 연속'이 5일부터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린다. 신작 회화 연작 '영혼의 빛'을 비롯해 조각과 회화조각 등 35점을 선보인다.
전시에서 처음 공개하는 회화 연작 '영혼의 빛'은 기하학적인 구조와 씨앗, 꽃, 물결을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형태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생명이 시작되고 이어지는 순환의 힘을 표현했다.
평생 나무를 다뤄온 작가는 평면 회화에서도 자연의 리듬과 생명력을 탐구한다. 캔버스에 물감을 쌓고 긁어내거나 다양한 재료를 붙이고 찍어내는 행위를 반복해 색채와 질감이 어우러진 화면을 만든다. 특히 물감을 캔버스에 직접 찍어내는 방식은 매 순간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김윤신은 "붓으로만 그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무언가를 붙이거나 찍어내기도 하는데, 찍어내는 순간마다 내 감정과 힘이 담기기 때문에 같은 재료와 형태를 사용해도 똑같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윤신을 대표하는 조각 작품들도 선보인다.
'노래하는 나무' 연작은 알록달록한 나무 모양의 조각이지만 실제로는 청동이나 알루미늄으로 주조한 작품들이다.
나무 조각을 바탕으로 금속 주조한 뒤 그 위에 그림을 그려 넣었다. 작가는 나무 작품을 야외에 오래 보존하기 위해 금속 주조 작업을 시작했다.
조각의 표면에 그림을 그려 넣는 작업을 김윤신은 '회화조각'이라 부른다. 그는 "3차원인 조각에 2차원의 그림을 넣었을 때 전체적으로 어떤 느낌을 줄 수 있는지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며 "'회화조각'이라는 이름을 미술사에 하나 남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1935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김윤신은 1959년 홍익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조각과 석판화를 전공했다.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남미 각지에서 활동했으며 2008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설립했다.
2024년 한국으로 영구 귀국한 뒤 국내에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24년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에 초청됐고, 올해 호암미술관 대규모 회고전과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다큐멘터리 상영 등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시는 12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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