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인류위기 앞 팔만대장경 다시 새긴다…판각 고불식 봉행(종합)

김동민

2026-10-29 16:41:20

경판 주재료로 산벚나무 300t 확보…50∼100년 소요 장기 불사
혜일스님 "800년 전 호국 정신, 인간 존엄·생명 가치로 확장"
해인사, 팔만대장경 판각 시연 (합천=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해인사 스님 등이 29일 오후 경남 합천군 법보종찰 해인사 탑마당에서 국보이자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8만1천352장)을 새롭게 판각하는 '해인사 장경도감 대장경 판각 고불식(告佛式)'에서 전통 판각을 시연하고 있다. 약 800년 전 대장경 조성 정신과 원력(願力·염원)을 현시대로 잇기 위해 대장경 전체를 한 본 더 제작하는 이번 불사는 완료까지 50∼100년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2026.10.29 image@yna.co.kr
해인사, 팔만대장경 새롭게 판각한다 (합천=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9일 오후 경남 합천군 법보종찰 해인사에서 국보이자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8만1천352장)을 새롭게 판각하는 '해인사 장경도감 대장경 판각 고불식(告佛式)' 열었다. 사진은 이날 스님 등이 현장에서 전통 판각을 시연하는 모습. 약 800년 전 대장경 조성 정신과 원력(願力·염원)을 현시대로 잇기 위해 대장경 전체를 한 본 더 제작하는 이번 불사는 완료까지 50∼100년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2026.10.29 image@yna.co.kr

(합천=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법보종찰 해인사는 29일 오후 경남 합천군 해인사 탑마당에서 국보이자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8만1천352장)을 새롭게 판각하는 '대장경 판각 고불식(告佛式)'을 봉행하고 새로운 천년을 향한 역사적인 출발을 알렸다.

'다시 새기는 대장경, 인류를 향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불사는 800여년 전 고려 선조들이 몽골 침략이라는 국난 속에서 16년(1236∼1251년)에 걸쳐 대장경을 새긴 호국의 원력(願力·염원)을 오늘에 잇기 위해 마련됐다.

기후위기, 전쟁과 핵 위협,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 등 21세기 복합 위기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생명 가치를 지키는 보편적 가치로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해인사는 현존하는 팔만대장경 원본을 대체하거나 단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행사에는 해인총림 방장 학산대원 대종사,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주지 혜일스님, 허민 국가유산청장(영상 축사), 김도형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 박완수 경남지사, 주호영·신성범·강민국 국회의원, 김윤철 합천군수, 판각학교 각자장 및 교육생, 신도 등 2천여명이 참석했다.

고불식에 앞서 법보전 앞마당에서는 이번 불사의 원만한 성취를 기원하는 '만일기도 입재식'이 열렸고, 본행사 이후에는 스님과 판각학교 강사진, 교육생 등 30명이 판각 칼 등을 이용해 전통 판각 시연을 선보였다.

시연과 동시에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해인사는 고려시대 각수(刻手·판각 장인) 1천700명이 70년 걸려 만든 대장경을 현재 활동 중인 각수 15명 정도가 후진을 길러내며 새기는 50∼100년의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한다.

2023년 전담 기구인 장경도감을 설립했고, 산하 판각학교에서는 국가·지방무형유산 각자장 등 10여명의 교수진 지도 아래 스님과 재가자 670여명이 전통 판각법을 배우고 있다.

경판의 주요 재료인 산벚나무 약 300t을 확보해 제재와 건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안정적인 목재 수급을 위해 해인사 소유 토지에 돌배나무 2천그루를 심었다.

향후 약 33만㎡(10만평) 규모의 사찰 소유 부지에는 전통 판각 교육과 경판 제작이 지속해서 이뤄지는 '대장경 타운'을 조성할 예정이다.

방장 학산대원 대종사는 법어에서 "오늘 그대들이 든 판각의 칼끝이 나무에 닿을 때, 나무가 깎이는 것입니까, 아니면 그대들의 번뇌가 깎이는 것입니까"라며 판각의 수행적 의미를 일깨웠다.

주지 혜일스님은 발원문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새김에 세 번 절하는 지극한 정성과 간절한 마음을 한 획 한 획에 담겠다"며 "이 뜻을 이어갈 인재를 양성하고, 우리의 정성이 지구의 안녕과 인류의 지속 가능한 행복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두가 갈등보다 화합을, 불안보다 희망을, 경쟁보다 배려를 선택하는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동참해 주시기를 발원한다"고 강조했다.

혜일스님은 이날 고불식에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우리는 왜 대장경을 다시 판각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800년 전 고려가 몽골 침략이라는 국난 속에서 전쟁 종식과 백성의 안녕을 염원하며 대장경을 새겼다면, 오늘날에는 기후변화와 전쟁·핵무기 위협,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 등 새로운 위기 앞에서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 지구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판각한다고 설명했다.

혜일스님은 이어 일문일답에서 고려 선조들이 새긴 '호국(護國)'의 정신을 인류의 평화와 공존을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로 확장하는 데 이번 불사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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