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단체는 "인간 창작자에 정당한 보상을"
![]() |
▲ 인공지능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 |
▲ 日 걸그룹 AKB48의 신곡 '오모이데 스크롤'(思い出スクロ-ル) 크레딧 [멜론 캡처.] 작사가로 유명 일본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AI아키모토야스시가 기재돼 있다. |
![]() |
▲ 포자랩스 음원 제작 구조 [포자랩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 |
▲ AI 기반 팬 소통 플랫폼 블루밍톡 [블루밍톡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유명 프로듀서 이기고 BGM도 뚝딱…성큼 다가온 AI 음악 시대
"AI는 음악 산업 전체 재설계하는 핵심 도구"
저작권 단체는 "인간 창작자에 정당한 보상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일본의 유명 작사가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아키모토 야스시(秋元康)는 최근 일본의 한 특집 방송에서 인공지능(AI) 프로듀서 'AI아키모토야스시'(AI秋元康)와 이색 대결을 펼쳤다.
이들이 각각 작사한 곡을 누구의 작품인지 밝히지 않은 채 시청자 투표에 부치고, 이긴 쪽의 노래를 유명 걸그룹 AKB48가 신곡으로 발표하는 기획이다.
그 결과 놀랍게도 AI아키모토야스시가 작사한 '오모이데 스크롤'(思い出スクロ-ル)이 3천690표 차이로 아키모토 야스시가 만든 '세실'(セシル)을 눌렀다.
AKB48, 노기자카46, 히나타자카46 등 유명 아이돌을 제작한 스타 프로듀서가 자신의 스타일을 학습한 AI에게 패배한 것이다.
3일 가요계에 따르면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도 공개된 AKB48의 신곡 '오모이데 스크롤' 크레딧에는 작사가로 AI아키모토야스시가 표기돼 있다.
뮤직비디오나 팬 소통 플랫폼 등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 AI를 활용할 뿐만 아니라 작사, 작곡, 가창 등 음악의 본질적인 부분까지 AI와 본격적으로 손잡고 있다.
AI 음원 제작 업체 '포자랩스'는 자체 개발한 AI 툴을 통해 지금까지 6천곡 이상의 음원을 제작해 TV 프로그램이나 광고 음악으로 납품했다.
평균 5분이면 사용자의 필요에 맞는 음악을 '뚝딱' 생성할 수 있어 기존 방식대로 작곡가에게 의뢰해 곡을 만드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였다.
이 업체는 TV 프로그램이나 광고 같은 기업 간 거래(B2B)를 넘어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을 겨냥한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허원길 포자랩스 대표는 "영상 하나에 배경음악(BGM)이 여러 개가 필요한데, 그러다 보면 자연히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BGM에 그렇게 큰 비용을 투자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우리는 고품질의 음악을 합리적인 가격에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음악을 각자 원하는 콘셉트에 맞춰 수정하는 커스터마이징 기술도 개발해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음원 유통과 콘텐츠 제작 등을 하는 다날엔터테인먼트도 AI로 음악을 만들고 창작자를 지원하는 유통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작곡, 편곡, 보컬 합성 등 AI 기술을 활용한 음악 제작을 내부적으로 실험 중이다.
사용자의 기분이나 상황에 맞춰 음악을 실시간으로 만들어 주는 '맞춤형 AI 음악' 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현능호 다날엔터테인먼트 대표는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음악 산업 전체를 재설계하는 핵심 도구로 보고 있다"며 "AI와 감정 분석 기술을 결합해 고품질 음악을 만들고, 윤리적인 데이터 기준을 세워 AI 음악 유통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가요계에서는 음악 외에도 AI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설립자인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는 최근 AI를 활용한 팬 소통 플랫폼 '블루밍톡'을 선보였다.
가수와 팬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학습한 AI가 365일 24시간 팬과 대화를 주고받는 방식이다. 팬이 설정해 둔 언어로 메시지를 보내 언어의 장벽도 문제 되지 않는다. 가수가 직접 메시지를 보낸 경우에는 '직접 보냄'이라고 표시된다.
트와이스·스트레이 키즈 등이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는 테크 비즈니스 자회사 블루개러지와 손잡고 AI 아티스트를 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룹 비투비의 이창섭은 지난 7월 리메이크 신곡 '그 자리에, 그 시간에' 뮤직비디오를 AI 기반 애니메이션으로 내놓기도 했다.
백승서 케이인디음악협회 사무국장은 "가사에서 쓰고 싶은 단어가 있는데 생각이 잘 나지 않을 때나 좋아하는 다른 뮤지션의 곡을 분석할 때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AI의 사용을 '뮤지션과 AI와의 협업'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AI가 가요계 전 분야에서 활용되는 시대가 열렸지만, AI가 만든 음악의 저작권 등록은 현행 제도상 불가능한 상태다. AI가 기존 창작물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허원길 포자랩스 대표는 "기존 창작물을 학습한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만든 콘텐츠에 기반한 AI 창작물에는 저작권이 인정돼 건전한 산업 발전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다만 "AI 창작곡에는 인간 창작자의 작품이 학습 데이터로 활용되므로 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합당한 보상이 없다면 창작 활동이 위축돼 AI 음악과 관련 기술 발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협회는 공정한 보상 체계와 제도적 기반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AI와 창작자가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