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가 한국 음악 판도 바꿔…멤버 셋 떠나, 우린 포기를 몰랐다"
"내 음악 스승은 LP 3천장…일흔에도 음악이 그렇게 좋아"
![]() |
▲ 밴드 들국화 40주년 콘서트를 앞두고 연습 중인 전인권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가수 전인권이 밴드 들국화 40주년 콘서트를 앞두고 서울 마포구의 한 합주실에서 연습하고 있다. 2025.9.12 ryousanta@yna.co.kr |
![]() |
▲ 전인권 밴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전인권 밴드 멤버들이 서울 마포구의 한 합주실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9.12 ryousanta@yna.co.kr |
![]() |
▲ 밴드 들국화 40주년 콘서트를 앞두고 연습 중인 전인권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가수 전인권이 밴드 들국화 40주년 콘서트를 앞두고 서울 마포구의 한 합주실에서 연습하고 있다. 2025.9.12 ryousanta@yna.co.kr |
전인권 "시련 많던 들국화 40년…음악엔 서리가 앉지 않았죠"
20~21일 40주년 콘서트 '마지막 울림'…'축하해요' 등 신곡 2곡 공개
"들국화가 한국 음악 판도 바꿔…멤버 셋 떠나, 우린 포기를 몰랐다"
"내 음악 스승은 LP 3천장…일흔에도 음악이 그렇게 좋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제게는 지난 40년간 시련이 많았어요. 제가 시련을 겪으면 자연스레 들국화 멤버들도 함께 시련을 겪는 거죠. 그래도 제가 서리를 맞았을지언정, 들국화 음악에는 서리가 앉지 않았어요."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밴드 들국화의 전인권(71)은 이렇게 말하고서 냉면을 한 젓가락 집어 들었다. 약 2시간에 걸쳐 밴드 합주 연습을 마친 그는 있는 힘을 모두 끌어내 쓰고 온 듯 허기진 기색이었다.
전인권은 가방에서 우유를 꺼내 물 대신 컵에 따라 마시고는 천천히 식사를 이어갔다. 그는 영양가 높은 우유를 틈틈이 마시는 게 자신만의 건강 유지법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1위'에 오른 들국화의 첫 앨범이 나온 지 올해로 꼭 40년. 그는 오는 20∼21일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이를 기념하는 '들국화 전인권 40주년 콘서트-마지막 울림'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었다.
들국화는 1985년 1집으로 데뷔와 동시에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매일 그대와', '세계로 가는 기차' 등 수록된 모든 곡을 히트시키며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전인권을 비롯해 최성원(베이스), 허성욱(키보드), 조덕환(기타), 주찬권(1집에서 세션이었으나 2집부터 정식 멤버가 됨)이 결성한 들국화는 라이브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1980년대 한국 록 음악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팀의 프론트맨이자 보컬 전인권은 솔로로도 '사랑한 후에'와 '돌고 돌고 돌고' 등 굵직한 히트곡을 냈다.
전인권은 "40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고, 그간 우리 멤버 3명(주찬권·조덕환·허성욱)이 하늘나라로 갔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들국화는 포기를 안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산 정상을 밟은 뒤에는 내려가는 길밖에 없다. 그런데 거기서 포기하는 사람은 그냥 끝나버리는 것"이라며 "이번 공연명이 '마지막 울림'인 것은 마지막이란 곧 또 다른 시작이라는 뜻"이라고 음악 활동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아직 연습할 게 많아요. 제 나이가 우리 나이로 일흔둘인데 음악이 그렇게 좋아요. 살아 있는 한 무대를 할 겁니다."
은빛 장발에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그는 느리게 이어가는 말속에 들국화에 대한 자부심과 음악을 향한 애정을 가득 담았다.
전인권은 "들국화는 한국 음악의 판도를 바꿨다"며 "우리 이전까지는 공연이 '리사이틀'(한 사람이 독창하거나 독주하는 음악회) 위주였다면, 우리가 이를 콘서트 중심으로 바꿨다. 1980년대 당시 대중이 뭐라고 했냐면, 들국화 음악은 외국곡처럼 세련됐지만 우리 음악이어서 우리나라 말이 들린다고 했다. 그게 최고의 찬사였다"고 회상했다.
들국화와 전인권의 음악이 지닌 생명력은 비단 1980년대에만 멈춰 있지 않았다.
들국화 1집에 실린 '매일 그대와'는 발매 30년 뒤인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삽입돼 큰 인기를 얻었다. 또 다른 1집 곡 '행진'이 엄혹했던 1980년대 민주화를 부르짖던 광장에서 울려 퍼졌다면, 2004년 솔로곡 '걱정 말아요 그대'는 2016∼2017년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불렸다.
그는 고(故) 이선균, 엄정화, 영화감독 곽경택 등이 들국화의 팬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들국화 음악은 어느 날 문득 들어도 괜찮다. 나는 특히 '제발'이 그렇게 좋더라"며 "노래가 인간적이고 순수해 누가 들어도 괜찮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인권의 음악 여정은 팀 해체와 개인의 일탈 등으로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들국화는 3집 '우리'(1995) 이후 17년 만인 2012년 재결합을 발표해 팬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이듬해인 2013년 멤버 주찬권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앨범 '들국화'를 남긴 채 또다시 멈춰 섰다.
전인권은 "(음악 활동을 꾸준히 못 해) 아쉬움도 많았다. 그렇지만 저는 어느 순간에 음악하고 결혼한 것 같다"며 "저는 그냥 음악을 아주 사랑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힘들 때마다 종종 만리포 같은 넓은 바다를 찾아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았다는 그는 자신의 '음악적 스승'으로 자신이 소장한 많은 팝 명반을 꼽았다.
그는 "저는 제가 가진 LP 3천장으로부터 음악을 배웠고, 영향을 받았다"며 "특별한 누군가를 꼽으라면 레드 제플린의 보컬 로버트 플랜트다. 그의 보컬은 최고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목소리"라고 했다.
거칠고 대담하면서도 마음에 묵직한 울림을 안기는 전인권의 보컬 역시 독보적이라고 하자, 그는 "어 그래요? 전 잘 몰라요"라고 무심하게 받아넘겼다.
전인권은 다만 '음악을 오래 하는 비결'로는 "어느 순간이든 그냥 음악을 좋아하라"며 "좋아하면 빠지게 된다. 제가 그랬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 콘서트에 신석철(드럼), 김정욱(베이스), 조승연(키보드), 이서종(어쿠스틱 기타), 정현철(일렉트릭 기타) 등 전인권밴드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기존 대표곡과 함께 미발표 신곡 2곡을 선보인다. '당신은 강하고 귀한 사람'이란 메시지를 담은 '축하해요'와 어머니를 떠올려 만든 사모곡 '우리 어머니 장에 나가시네'다. '축하해요'는 들국화 40주년을 맞은 자신을 향한 응원으로도 들린다. 그는 "그렇다"고 수긍했다.
전인권은 "성공하는 대중음악이란 제 이야기를 제가 할 때, 그리고 다른 사람도 그 이야기와 메시지를 좋아할 때 나온다"며 "제 이야기를 다른 이들이 좋아해 주다니, 대중음악이란 참 좋은 음악"이라고 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