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계 스승' 칭송엔 "스승은 배운 사람이 정하는 것"
건강 악화에도 "연말 우수환자 기대" 너스레 떤 천생 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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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그계 대부' 전유성, 폐기흉 악화로 별세 (서울=연합뉴스) '개그계 대부'로 불리던 코미디언 전유성이 25일 별세했다. 향년 76세.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에 따르면 전유성은 폐기흉 증세가 악화하면서 이날 오후 9시 5분께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2019년 4월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포즈 취하는 전유성 모습. 2025.9.25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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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구라 삼국지' 출간 당시 전유성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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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그맨 전유성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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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그맨 동료들과 사진 촬영하는 전유성 2019년 4월 3일 개그맨 전유성이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전유성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 '전유성의 쑈쑈쑈' 제작발표회에서 동료들과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앞줄 왼쪽부터 최양락, 김학래, 전유성, 강원래, 김지선, 엄용수, 양경태, 이재형, 정진욱.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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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그계 대부' 전유성 [가족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어떻게 살지 모르겠어. 난 삶치야"…해학 넘친 전유성의 말
힘든 상황 유머로 풀어낸 '코미디 대부'…사회문제엔 '촌철살인' 일침
'개그계 스승' 칭송엔 "스승은 배운 사람이 정하는 것"
건강 악화에도 "연말 우수환자 기대" 너스레 떤 천생 개그맨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최주성 기자 = "나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냥 막살아온 거 같아. 그러니까 나는 삶치야!"
25일 세상을 떠난 '개그계 대부' 전유성은 2023년 출간한 에세이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견 엉뚱한 듯 들리지만, 피식 웃음이 나다가 여운이 남는 말이다.
1969년 희극 작가로 출발했던 고인은 기발한 시각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생전 많은 어록을 남겼다.
특히 힘들거나 곤란한 상황을 유머로 풀어내는데 능숙했다. 전유성은 2008년 한 인터뷰에서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너무 높은 데서 떨어지지 마세요. 그럼 아프잖아요"라며 '웃프'면서도 위로되는 말을 남겼다.
또 슬럼프에 빠져 자책하는 후배 코미디언에게 "한물가고, 두물 가고, 세물 가면 보물이 되거든. 너는 보물이 될 거야. 두고봐"라며 말장난 섞은 응원을 한 일화도 유명하다.
사회적 문제에 일침을 가하는 '촌철살인' 발언도 곧잘 했다.
그는 1979년 고가차도 공사로 독립문을 이전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이 인간들아. 누가 독립문을 옮기냐"며 쓴소리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조선총독부 청사가 철거를 두고 "아깝다. 총독 집무실 자리에 화장실을 만들어서 전 국민이 시원하게 볼일을 볼 수 있도록 하면 좋았을 텐데"라고 했다거나, 택시 합승 문제가 논란이 되자 "12번이나 멈췄다 가면 그게 버스지 택시냐"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2004년 바른 음주문화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는 "우리 사회는 술을 쓰러질 때까지 함께 마신 것을 추억거리로 생각하는 풍조가 있다"며 "취하면 바로 일어나서 집으로 가는 버릇을 들여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기가 들면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마시는 게 효과가 있다는 속설이 있는데, 감기가 들면 감기약을 먹어라"라는 유쾌한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2007년 책 '전유성의 구라 삼국지'를 출간했을 당시 인터뷰에서는 "삼국지 내용을 보면 옛날에는 자기 야심을 위해 다른 사람을 숱하게 죽인 인물이 영웅호걸이었다"며 "현대에는 백성이 편하게 살도록 복지정책을 펴는 사람이 영웅호걸인 것 같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전유성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개그지망생 모집글에 '정치인 중 말도 안 되게 우스운 사람 많던데 거기 가서 한 번 모집해보세요'라는 댓글이 달리자 "우리는 말 되게 웃기는 사람을 뽑습니다"라고 답했다는 일화도 있다.
전유성은 극단과 극장 등을 이끌며 코미디언 동료들에게 무대를 마련해주는 맏형이자 스승 같은 존재였다.
한국예술종합전문학교와 예원예술대 교수로 재직하며 조세호와 김신영 등 수많은 제자도 길러냈다.
코미디 업계의 군기 문화 등 관행을 개선하고 코미디가 나아갈 방향을 끊임없이 고민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2019년 데뷔 50주년 맞아 진행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개그맨들은 군기가 세다는 말이 있는데 난 그 말이 되게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며 "군기는 군대에서만 세면 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엄격한 군기 문화에 일침을 가했다.
외모를 비하하는 개그에 관해서는 "나는 외모 비하하는 개그를 못하게 한다"며 "못생긴 애가 얘기하면 구박하고 그런 것들 때문에 (개그 프로그램이) 인기를 잃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후배들을 향한 따뜻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전유성은 2014년 한 방송에서 후배 코미디언들에게 "돈과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평생 일할 수 있다면 지금의 불안함도, 노후에 대한 걱정도 버릴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고인은 스스로 스승이라 불리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는 2014년 MBC '코미디의 길'에 출연해 "나는 제자라는 표현 쓰기 싫어. 스승은 배운 사람이 스승을 정하는 거지"라고 소신을 밝혔다.
후배에게 "왜 연락을 안 하냐"며 질책하는 동료에게 "그게 이상한 거다. 궁금하면 자기가 먼저 연락하면 되거든"이라며 타일렀다는 에피소드도 평소 '꼰대' 같지 않은 그의 모습을 알게 해주는 일화다.
전유성은 건강이 악화한 뒤에도 '말의 향연'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에는 후배 코미디언 김대희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올해 세 가지 병명으로 입원했다. (그래서) 연말에 우수 환자로 뽑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녹슬지 않은 입담을 들려줬다.
전유성은 이 방송 말미에 오랜 벗이었던 방송인 고(故) 허참을 추억해 시청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허참이 떠났을 때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조화에) '허참아 난 믿고 싶지 않다' 이렇게 (써서) 보냈다."
[https://youtu.be/2D0nhCYiNM0]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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