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정 힘들면 대피해 심호흡 10회 하라"

서윤호 / 2025-10-04 07: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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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명절 잔소리' 해결책 물었더니…
취직·연애·결혼·학업·외모 등 '대표 잔소리'
재치있게·창의적으로 답하거나 게임·사극 모드도
"핵심은 상황의 프레임 바꾸기"…"짜증·대들기는 피해?
▲ AI '캐럿'이 명절 잔소리를 형상화해 생성한 영상의 한 장면 ['캐럿' AI로 생성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차례상 차림과 예법 시연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선물 들고 고향으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 AI가 생각한 명절 잔소리와 그 대응법 ['뤼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질문을 통해 프레임을 바꾸라는 AI의 조언 ['클로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둘러 앉아 송편 빚기 체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추석 명절 전 부치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샷!] "정 힘들면 대피해 심호흡 10회 하라"

AI에 '명절 잔소리' 해결책 물었더니…

취직·연애·결혼·학업·외모 등 '대표 잔소리'

재치있게·창의적으로 답하거나 게임·사극 모드도

"핵심은 상황의 프레임 바꾸기"…"짜증·대들기는 피해야"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최혜정 인턴기자 = '취직은 언제 할 거니', '살이 쪘다', '애는 언제쯤 낳을 거니'….

인공지능(AI)이 뽑은 '명절에 자주 들을 수 있는 잔소리'다.

생성형 AI가 '만능 해결사'로 통하는 시대, 추석을 맞아 챗GPT·클로드·뤼튼에 대표적 명절 잔소리와 그에 대한 대응책을 물었다. '캐럿'에는 명절 잔소리를 형상화할 수 있는 영상 생성을 주문했다.

◇ '집은 언제 살 거냐'고 묻는다면…

우선 "20대가 명절에 들을 수 있는 잔소리 15개를 고르고 그 대응책을 나이대별로 표로 정리하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했다.

생성형AI들이 공통으로 내놓은 대답은 취직, 애인 유무, 결혼 나이 등과 함께 '공부 열심히 해라'·'살 빼라' 등이었다.

뤼튼은 명절 잔소리를 재치있게 넘길 수 있는 방법을 주로 소개했다.

'집은 언제 살 거냐'는 질문에는 "아직은 대출의 노예가 될 준비가 안됐습니다. 제 집은 제 두 다리로 짓겠습니다" 혹은 "할아버지! 제 집은 제가 마음먹었을 때 우주선으로 살거에요!"라며 너스레를 떨라고 안내한다.

'옷 좀 깔끔하게 입고 다녀라'고 잔소리 하면 "이게 바로 요즘 인싸템인데요. 고모도 하나 사드릴까요? 엄청 편해요"라고 답하라는 식이다.

뤼튼은 그러면서 "이 정도면 명절 잔소리도 재미있게 넘길 수 있지 않겠냐"며 "스트레스받지 말고 재치 있게 잔소리를 막아내고 즐거운 명절을 보내라"는 말을 보탰다.

챗GPT는 같은 20대도 나이대별로 답변의 톤을 다르게 할 것을 추천했다.

20대 초반은 아직 준비 중이거나 경험을 쌓고 있다는 점을 중심으로 답변한다면, 20대 후반부터는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답변을 권한다.

'돈은 모으고 있냐'는 말을 들으면 20대 초반에는 "아직 학생이라 무리다"·"아르바이트로 소소하게 모으고 있다"고 대답하고, 20대 후반에는 "생활비 쓰고 조금씩 저축하고 있다"·"투자도 공부 중이다" 등 시간이 흐를수록 바뀐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클로드는 명시적인 행동이 담긴 해결 방법을 추천했다.

"요즘 뭐 하고 지내냐"고 묻는다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말함으로써 바쁘게 지내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돈 관리는 잘 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가계부도 쓰고 계획적으로 하고 있다"고 답하는 등 행동을 수반한 답변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작정 맞서기보다 적당히 수긍하고 화제를 전환하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보여주면 어른들은 대부분 만족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잔소리 폭풍이 몰려와도 하지 말아야 일도 제시한다.

"'짜증 내거나 대들기'·'무시하거나 대답 안 하기' 등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며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고, 웃으며 대답해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는 것이 효과적인 태도"라고 조언했다.

◇ "MZ 세대식 드립을 통한 친척들 허탈하게 만들기"

질문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역공'을 조언하기도 했다.

클로드는 "언제 취업할 거니?"라 물으면 "2030년에는 지금 직업의 50%가 사라진다고 하던데, 삼촌은 어떻게 대비하고 계세요?"라고 반문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미래학자 모드"라고 설명했다.

또 "애는 언제 낳을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기후변화와 AI 시대의 육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신중하게 준비 중"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클로드는 "핵심은 상황의 프레임을 바꾸기"라며 "어른이 설정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본인이 상황을 주도해 새로운 차원의 대화를 끌고 가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진정성을 보여 단순히 회피를 넘어 정말로 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며 "그래야 어른들도 함부로 조언하기 어려워한다"고 덧붙였다.

챗GPT는 "게임 퀘스트 모드"·"사극 모드" 등을 권했다.

게임 퀘스트 모드는 잔소리에 대한 답변을 역할수행게임(RPG) 대사처럼 변환한다.

"애인은 있니?"라고 물으면 "[서브 퀘스트: 연애] 조건 미충족 상태입니다", 취업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면 "[메인 퀘스트: 취업 달성] 진행률 70%입니다"라고 마치 게임 속 퀘스트의 달성 수치를 말하듯 답변하라는 것이다.

이 말투를 통한 효과는 "MZ 세대식 드립을 통한 친척들 허탈하게 만들기"라는 설명이 따른다.

사극 모드는 모든 질문에 고어체로 답하는 것이다. 챗GPT는 "어르신들이 좋아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결혼은 안 하냐는 질문에 "인연이란 하늘의 뜻이오라, 아직 저를 찾지 않으셨습니다"라며 사극 속 인물에 빙의하라는 것이다. 살 좀 빼라는 말엔 "풍채가 곧 기세이니라"라고 받아친다.

뤼튼이 제안한 방법은 "인류학자/철학자의 대응법"이다.

"살이 쪘으니 자기관리하라"는 잔소리에는 "몸은 단지 외부 기준에 의해 평가될 대상이냐"고 반문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아름다움 또는 건강의 기준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개인의 자기관리가 사회적 압력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탐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라고 안내했다.

구직 현황에 대한 질문에는 "직업이 인간 존재에 어떤 의미를 가지며 현대사회에서 노동은 어떤 가치로 재정의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받아치라고 한다. 이어 "단순한 돈벌이를 넘어선 존재론적 의미를 깊이 논의해본 적 있느냐"고 반문하라고 했다.

뤼튼은 그러면서 "상대방이 당황하면 성공이다"라고 덧붙였다.

정 잔소리가 듣기 힘들다면, 클로드가 제시하는 비상 탈출법은 핑계 대기다.

화장실을 다녀온다거나 어머니의 설거지를 도와준다는 등 다른 일을 이유 삼아 자리를 피하라고 했다. 급한 전화가 왔다거나, 편의점에서 뭔가를 사온다는 핑계를 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화는 10분 정도 대피할 수 있고, 편의점은 20분 정도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대피 중 할 일은 "심호흡 10회, 수습 시나리오 리허설"과 "냉정함을 되찾고 돌아가서 할 말 정리"란다.

◇ 가족·친지 앞에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니…

명절 잔소리가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이유도 물었다.

챗GPT는 통제감 침해·비교와 평가 불안·명절 특유의 긴장 등을 이유로 뽑았다.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지 않고 삶의 방향을 대신 정하려는 것처럼 들린다"며 "가족과 친척 앞에서 다른 사람과 비교되는 느낌으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가 나고,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까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거기다 장거리 이동과 명절 준비 과정 등에서 이미 에너지가 소진되는 점도 잔소리가 더 예민하게 다가오는 이유로 꼽았다.

클로드는 강한 가족주의 문화·의례적 만남의 강제성·감정 표현 문화의 부재를 지적했다.

"'집안 망신'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데다 자녀의 성공이 곧 부모의 성공과 동일시되고, 가족의 명예가 개인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구의 경우 명절 참석이 선택적이지만, 한국의 경우 아직까지도 명절 불참이 불효와 연결된다"며 "'참는 게 미덕'인 감정 표현 문화의 부재도 잔소리에 받아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유"라고 짚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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