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작에 숟가락 얹기?…"원작 뛰어넘는 프로덕션의 힘"

임지우 / 2023-01-24 07: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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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뮤지컬어워즈 4관왕 '데스노트', 제작사 바뀌며 작품성·흥행 성적 높아져
"무대마다 진화하는 공연 특성…창작만큼 제작 역량도 중요"
▲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프레스콜에서 배우 정성화가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3.1.24 jin90@yna.co.kr

▲ 뮤지컬 '데스노트' [오디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뮤지컬 '이프덴' [쇼노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웃음 폭탄으로 무장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프레스콜에서 출연 배우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2.9.1 jin90@yna.co.kr

해외 명작에 숟가락 얹기?…"원작 뛰어넘는 프로덕션의 힘"

한국뮤지컬어워즈 4관왕 '데스노트', 제작사 바뀌며 작품성·흥행 성적 높아져

"무대마다 진화하는 공연 특성…창작만큼 제작 역량도 중요"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지난 16일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뮤지컬 '데스노트'가 400석 이상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올랐다. 2015년과 2017년에 이미 두 차례나 공연됐던 '구면'인 작품이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것이다. 이는 이번 시즌 공연 제작사가 바뀌며 다른 작품으로 보일 정도로 연출과 무대 등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새로 태어난 '데스노트'는 연이은 매진 행렬에 한 달 반가량 공연을 연장하는 등 흥행 면에서도 이전 시즌보다 나은 성적을 보여줬다.

이처럼 같은 대본과 음악을 갖고 다른 성적표를 받는 사례는 뮤지컬을 비롯한 공연 장르에서 자주 있는 일이다. 이는 창작진만큼이나 제작사 역량의 중요성이 큰 공연 장르의 특징 때문이다. '프로덕션'이라고 불리는 이 제작 역량은 K-뮤지컬 성장의 핵심 동력 중 하나기도 하다.

프로덕션의 차이는 한 번 완성되면 바뀌지 않는 영상 예술과 달리 공연은 무대에 실제로 올라가는 순간 완성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글자와 악보로 존재하는 원작을 무대로 올리기 위해 어떤 배우와 연출, 무대 기술자 등이 모이느냐에 따라 매 공연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배우 캐스팅부터 공연장 섭외까지 무대 구현에 필요한 작업 전반을 책임지는 제작사의 역량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영상과 달리 공연을 평가할 때는 무슨 작품의 몇 년도 버전인지가 중요하다"며 "공연은 원작자가 대본과 곡을 쓰는 순간 끝나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계속 진화하고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프로덕션의 차이는 해외에서 만들어진 라이선스 뮤지컬을 수입해 온 경우라도 한국 공연 만의 특색을 갖게 만든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오리지널 창작 역량은 본고장인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 비해 부족하더라도 이 같은 프로덕션에 있어서는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데스노트'는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미국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극작가 이반 멘첼이 만든 작품으로, 일본에서 초연했다. 해외 라이선스 공연이지만 지난해 제작사 오디컴퍼니가 무대 연출 등을 바꿔 새롭게 선보이며 일본 공연보다도 더 발전했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이번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무대예술상과 프로듀서상을 받은 '미세스 다웃파이어' 역시 브로드웨이 원작 뮤지컬을 한국 제작사 샘컴퍼니와 스튜디오선데이가 들여온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선보였으며 무대, 의상, 안무, 대사 등을 현지에 맞게 각색하는 '논 레플리카'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현지화가 중요한 코미디 장르의 특성을 잘 살린 번역과 연출로 원작에 밀리지 않는 새로운 한국 프로덕션을 창조했다는 평을 받았다.

스튜디오선데이의 박민선 대표는 제작발표회에서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극 제작이 가능했던 건 한국의 배우, 제작진에 대해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의 창작진이 가지는 신뢰가 예전보다 매우 높아진 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데스노트'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또 다른 대표작인 '지킬 앤 하이드'와 '스위니토드'는 브로드웨이 원작 뮤지컬로, 세계 무대에선 대중적으로 크게 흥행하지 못한 작품들이다. 반면 한국 프로덕션은 국내 관객의 정서에 맞춘 연출과 배우 캐스팅으로 우리나라 최대 흥행 뮤지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국내 초연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이프덴'도 정선아, 박혜나, 유리아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과 가사 번역, 연출로 브로드웨이 못지않은 수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원 교수는 "창작 뮤지컬을 육성하는 시도도 중요하지만, 라이선스 뮤지컬이 창작 뮤지컬보다 수준이 낮다는 등의 인식은 잘못된 편견"이라며 "라이선스 뮤지컬이라도 한국에서 공연하기 위해선 사실상 재창작의 과정을 거치며 이를 통해 국내 뮤지컬 시장의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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