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자 "이름 석자 책임감에 무대 서는 마음 무겁죠"

최주성 / 2025-07-15 16: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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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연극인 축제 '늘푸른연극제' 30일 개막
최종원·이종국 주연작 각각 무대에…기국서 연출작도 공연
▲ 제10회 늘푸른연극제 제작발표회 [촬영 최주성]

▲ 늘푸른연극제 포스터 [한국연극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정자 "이름 석자 책임감에 무대 서는 마음 무겁죠"

원로연극인 축제 '늘푸른연극제' 30일 개막

최종원·이종국 주연작 각각 무대에…기국서 연출작도 공연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젊어서는 젊음만으로도 무대에 설 수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적어도 제 이름 석 자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해서 우리가 살아온 무게만큼 짐이 더 무겁습니다."

60년 넘게 무대에서 활약한 배우 박정자는 15일 서울연극센터에서 열린 '제10회 늘푸른연극제' 제작발표회에서 원로 배우로 무대에 서는 책임감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70세 이상 원로 연극인의 축제인 늘푸른연극제에 출연하는 그는 무거워진 마음만큼 아름다운 무대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정자는 "연극 무대는 늘 냉정하고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기 때문에 지금도 겁이 난다"며 "연극제에서 어떻게 보면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됐는데, 연극의 언어를 아름답게 표현해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서울연극창작센터에서 열리는 올해 연극제에는 박정자를 비롯해 배우 이종국과 최종원이 각각 주연을 맡은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연출가 기국서도 작품 한 편을 연출한다.

박정자는 다음 달 7∼10일 고연옥 극작가의 작품 '꿈속에선 다정하였네'를 공연한다. 연극은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남긴 회고록 '한중록'을 바탕으로 그녀의 삶을 되짚는 내용이다.

박정자는 "2019년 공연에 출연했을 당시 우리말의 아름다움, 배우만이 표현할 수 있는 언어에 집중했다"며 "당시 함께 작품을 만들었던 한태숙 연출과 다시 연극제로 만나 작품을 선보인다"고 했다.

이종국은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심재찬 연출과 이근삼 극작가의 '막차 탄 동기동창'을 선보인다. 이종국은 1984년 대전에서 극단 앙상블을 창단하고 꾸준히 작품을 올리는 등 지역 연극 문화 발전에 힘써온 배우다.

그는 "초등학교 동창생이 62년 만에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며 "성격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른 두 친구가 티격태격 싸움을 벌이면서도 우정을 표현하는 이야기가 울림을 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오랜 기간 활약한 최종원은 다음 달 7∼10일 이강백 극작가의 '북어대가리'를 선보인다. 두 명의 창고지기가 주인공으로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김철리가 연출을 맡는다.

극단 76을 이끌며 실험적 작품을 선보여 온 기국서 연출가는 다음 달 14∼17일 사뮈엘 베케트의 '엔드게임'을 무대에 올린다. 주연으로는 기국서 연출의 동생인 배우 기주봉이 출연한다.

이와 함께 오는 30일에는 국립극단 출신 배우 정상철의 대표작을 톺아보는 아카이빙 공연이 펼쳐진다.

긴 시간 무대에 헌신해 온 배우와 연출가들은 이번 연극제를 통해 배우와 관객이 만나는 연극의 매력을 느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철리 연출은 "연극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배우와 관객이 직접 소통하는 것"이라며 "배우가 무대를 버리지 못하고, 심지어 무대에서 죽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까닭은 관객이 주는 반응 때문"이라고 말했다.

열악한 제작 현실을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최종원은 부족한 제작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연극제를 주최하는 한국연극협회 손정우 이사장은 "예전에는 작품당 1억원 정도를 지원했는데, 현재는 절반 수준이다. 사재를 털어 작품에 투자하는 분들도 계시다"며 "정부가 실질적인 도움으로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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