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BTS는 문화 혁명"…함성과 눈물로 물든 아르헨티나 마지막 공연
김선정
2026-10-26 05:38:29
메시 국가대표팀 고별전보다 더 큰 함성으로 BTS를 응원한 아르헨 아미들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공연 시작을 기다리던 팬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직접 만든 한복을 입고 무대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던 10대 소녀는 인터뷰 도중에도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팬들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방탄소년단(BTS)의 아르헨티나 마지막 공연은 그렇게 열정적인 함성과 눈물로 시작해 눈물로 끝났다.
24일(현지시간) 열린 BTS의 세 번째 공연. 전 세계 80여개국에 생중계되는 라이브 뷰잉으로 진행된 이날 무대에는 시작 전부터 뜨거운 열기가 넘쳐흘렀다.
공연 세 시간 전부터 수만 명의 아미(BTS 팬덤)는 '아르헨티나', 'BTS'를 연호하고 아르헨티나 축구장에서 익숙한 응원 구호를 본뜬 '올레, 올레, 올레, 방탄, 방탄'을 외치며 파도타기를 이어갔다.
현장을 취재하던 한 해외 언론인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한류가 이 정도일 줄 정말 몰랐다"며 "BTS 팬들의 함성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의 국가대표팀 고별 경기 때보다도 훨씬 더 열정적이고 크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와 탱고, 라틴 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아르헨티나에서 한국 그룹이 이처럼 뜨거운 환호를 끌어내는 모습은 BTS로 인해 한류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며 놀라워했다.
페루에서 온 카를라(40)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네 차례, 페루에서 두 차례 BTS 공연을 봤고 이번에는 아르헨티나 공연을 보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직접 만든 한복을 입은 알레(17)는 "어렸을 때부터 BTS를 좋아했는데 드디어 직접 공연을 볼 수 있다니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주요 언론에서 BTS 공연을 취재한 기자들 가운데도 열성 팬이 적지 않았다. 기자단 모임에서 만난 현지 유력 일간지 클라린의 오르넬라 사이타 기자는 팔에 BTS 관련 작은 문신을 새겼으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라나시온의 솔레 베네시오 기자와 인포바에의 마르티나 코르테스 기자 역시 청소년 시절부터 BTS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한 열렬 아미들이다.
BTS의 인기는 음악을 넘어 한국어 학습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공연장에는 한복을 직접 지어 입은 팬들이 등장했고, 수만 명의 관객이 한국어 가사를 외워 멤버들과 함께 노래했다. 한 해외 특파원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BTS는 문화 혁명"이라고 감탄했다.
BTS 역시 현지 문화를 존중하며 팬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첫 공연에서는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두 번째 공연에서는 뷔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르헨티나 대표팀 응원가인 '무차초스'를 불러 환호를 끌어냈다.
마지막 공연에서도 멤버들은 메시가 사용한 각기 다른 시기의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과 재킷을 입고 등장했다. 메시를 향한 현지인들의 애정을 세심하게 반영한 준비였다.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상대방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려는 이러한 태도가 공연의 열기를 더했다.
공연장을 찾은 팬들의 활동은 무대 밖에서도 이어졌다. 현지 팬들은 최근 BTS를 통해 받은 위로를 다른 이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아르헨티나 어린이 병원인 가라한 병원에 대규모 기부를 진행해 현지에서도 주목받았다.
마지막 무대에서 '바디 투 바디'가 울려 퍼지자 아미들은 특별히 더 큰 목소리로 한국의 민요 '아리랑'을 불렀다. 민요의 가사가 꼭 아르헨티나를 떠나는 BTS의 7명의 멤버에게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듯했다.
BTS 멤버들은 아르헨티나 팬들의 열정에 감사를 전하며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팬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일곱 멤버의 마지막 인사를 뒤로하고 서로 부둥켜안으며 울기 시작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보랏빛 물결은 쉽게 흩어지지 않았다.
BTS는 브라질에서 28일, 30일과 31일 공연을 끝으로 '아리랑 투어'의 남미 5개 도시 14회 전석 매진 공연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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